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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ㅣ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운동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더위가 지상 최악의 고문인 나로서는, 길가다 가끔씩 보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몸에 쫙 붙는 슈트 속에 울끈불끈 솟아있는 근육, 햇빛에 타서 끼고있는 선그라스와 구분되지 않는 까만 얼굴, 날렵하여 멋있긴 해도 그 속이 얼마나 열탕같을까 생각되는 헬멧까지, 내겐 너무 먼 존재. 헌데 [불량한 자전거 여행]으로 인해 내게도 살짝 '자전거를 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 책의 유혹은 참으로 강렬하달 밖에.
부모님의 싸움을 보다못해 반항의 몸부림으로 집을 나온 6학년 호진이. 집안에서 골칫덩이로 불리는 삼촌에게 의탁하는 것이 딱이라는 생각에 합류하긴 했는데, 어라.. 삼촌은 자전거 여행을 이끄는 수장이었으니 호진이는 별 수 없이 삼촌의 조수이자 자전거 여행자가 되었고, 그 고생길이야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 처음엔 엄마의 잔소리고 뭐고, 아빠의 무뚝뚝한 얼굴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없이 자전거를 타고 허덕허덕 뒤쫓아가기 바빴던 호진이. 호진이에게 이 여행은 어떤 의미로 종결될까.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하는 동료들의 제각각 사연도 재미있고 의미있다. 아빠의 명령에 할 수 없이 참가한 사람,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사람, 사업에 실패한 사람, 곧 암수술을 받을 사람, 얼떨결에 끼어든 도둑놈(?!)까지. 그들이 왜 그렇게 힘들고 고생스러운 자전거 여행을 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얻는지, 비록 자전거를 타고 있지 않지만 글로써 그들과 함께 동행하는 나에게도 자못 진지한 깨달음과 감동을 주었다. 또한, 호진의 삼촌은 그간 집안에서 보여진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새로운 모습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호진이와 나에게 '삶'이란 것을 다시 생각케 하는 고마운 존재다.
짐작은 해본다. 자전거를 타 더이상 못 갈 정도로 지쳤을 때 한 번 더 페달을 밟는 기분. 더이상 참지 못할 때 조금만 더 하는 기분. 누군가는 자전거이겠지만 누군가는 다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겠지. 흔히들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극한의 몸의 움직임이 오히려 머리를 맑게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것은 아마도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저자 자신이 자전거 여행자이기에 그 기분을 아주 잘 써내려간 덕분일 것이다. (저자 소개글과 지은이의 말을 보았더니 거의 자전거 선수다! ^^)
자전거 여행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사실적이고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의미있는 주제를 전해주고 있는 이 책. 다 읽고나면 아마 엉덩이가 들썩이는 독자가 많을 듯. 나 역시 그랬지만 솔직히 자전거를 탈 용기는 아직 없고(ㅡ.ㅡ), 다만 길가다 만나는 자전거 여행자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더 오래도록 바라볼 수는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