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쓰레기의 비밀 - 바다 쓰레기에서 배우는 과학과 환경 지식 보물창고 1
로리 그리핀 번스 지음, 정현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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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다는 나이키 운동화라도 망망대해에 무더기로 쏟아졌다면 어쨌거나 나이키도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 그러나 이것도 새옹지마라 해야 할까? 나이키 운동화 무더기가 해류를 연구하고 증명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니! [바다 쓰레기의 비밀]은 바닷물의 움직임, 즉 해류에 관한 지식이 담긴, 자칫 매우 따분하고 어려워 웬만하면 금방 때려치울(!) 지도 모를 지식책이건만, 나이키 운동화라는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부터 시작하는 센스를 가진 재미있고도 유익한 책이다. 

메모지를 병에 넣어 강이나 바다에 띄워보내는 로맨틱한 상황이 아닌, 사고나 부주의로 바다에 떨어진 각종 부유물들-나이키 운동화 같은-이 해류의 움직임이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밝히고 추적한다고 하니 참 별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에비스 메이어 박사가 실험 도구로 쓴다는 이런 바다 쓰레기 덕분에 독자는 마치 그물에 잡혀 축축 늘어져있는 물고기떼 같은 나이키 운동화 무더기와 아기 욕조 대신 바다 위를 여행했을 앙증맞은 플라스틱 오리와 거북이 사진을 보며 즐겁기만 하다. 또한 그 덕분에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본격적인 지구과학 또는 해양과학 지식에 질릴 겨를이 없다. ㅡ.ㅡ  

시원시원한 사진, 큼직하게 포인트를 짚어준 그림, 또 바다 쓰레기로부터 시작했지만 바다 환경 보호의 의미와 책임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한 흥미로운 소재를 끝까지 잘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잘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나 과학 같은 분야에 관심이 전무한 독자에게도 꽤 매력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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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하고 똑똑한 과학 사전 지식 보물창고 6
조이 매조프 지음, 최지현 옮김, 테리 서럴 그림, 신형건 감수 / 보물창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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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볼 것도 없이 듣는 그 순간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속이 메스껍고 헛구역질까지 동반하는 온갖 지저분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지저분하고 똑똑한 과학사전]을 만나보시라. 콧물, 지네, 설사, 토사물... 악동들에겐 눈이 반짝 귀가 번쩍 뜨일 '건수'와도 같은 소재를 이토록 유익하고 즐겁게 풀어내다니! 아이들에겐 최대의 호기심을 발동시킬 이야기, 동시에 어른들에겐 그 속에 가득한 지식이 흡족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아, 물론 '과학사전'이라고 했으니 가나다순의 사전 형식임은 분명한데, 무색무취의 사전과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지저분하고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전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길. 

악동들에겐 무조건 일독을 권하고, 평범한 아이들에게도 독서를 좋아하는지 여부를 떠나 강력히 일독을 권한다. 그네들의 열렬한 환호가 기대되는 바, 다만 심약하거나 유난히 비위가 까다로운 아이들, 또 노약자와 임산부는 주의를 요함. ^^ 

한 가지 더. 이 책은 번역본인데, 원작의 품질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한편 번역작가의 역량이 놀랍도록 돋보인다. 과연 원작도 이와 같은 말폼새일까 궁금할 정도. 상대적으로 제목이 제일 밋밋해보이는 것도 본문의 걸출함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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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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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못했었다.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에서 그녀의 책을 늘 보아왔지만 하필 이렇게 말랑말랑한 제목의 책으로 그녀를 처음 만날 줄이야. 책을 선물하고 싶은 분들이 몇 분 계셨었는데, 그 분들의 취향이나 독서이력을 알지못해 고민하고 있던 차, 가장 무난할 것이라는 지인으로 추천으로 한비야,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건, 사랑이었네]

자기 속내를 너무 드러낸 게 아닌가 걱정까지 했다는 그녀의 '들어가는 글'을 읽고 그런가보다 했다. 첫 장 '난 내가 마음에 들어'를 읽고 시쳇말로 '아~ 이건 몬가요~' 했다. 내게 이 책을 추천해줬던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의 전작을 읽지 않았다면 좀 잰 체한다고 느낄지도 모르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어보라는. 흠.. 그 말이 이런 거였군!

그런데 뭐랄까, 자신의 믿음과 행동에 거침이 없는(또는 없어보이는) 그녀는, 카키색 조끼와 군화같은 단단한 신발로 이미지화된 그녀는, 풍수해나 질병이 판을 치는 속에서도 터미네이터처럼 숫한 생명들을 구해내는 그녀는, [그건, 사랑이었네] 안에... 없었다. 처음엔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 없는 게 분명하다. 그녀가 털어놓은 아주 사사로운 이야기들, 구호현장에서 겪고 보았던 이야기들이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에게 동화되기에 제격이다. 일부러 나같은 초면의 독자를 겨냥하고 쓴 이야기이겠느냐만은 적어도 '그녀의 진심인가보다'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 이것은 비꼬는 말이 아니니 내 진심을 알아주시기를.

'애 있고 남편 있는데 어떻게 지도 밖으로 행군을 하나. 동네 밖으로 행군하기도 힘든 걸'하며 외면했던 그녀의 대표작품도 읽어보려 한다. 이렇게 말랑말랑한 그녀가 어찌 고된 행군을 했을지, 그것이 행군이었을지 나란히 걷기였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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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웅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3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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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역사 이야기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해 하는 것은 전쟁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고난과 위기를 이겨내고 결국 감격의 승리를 거두는 선한 영웅, 천운의 생존이나 숭고한 죽음으로 결말되는 민초들의 모습에서 비록 전쟁이라는 처참한 상황일지라도 여러 삶과 죽음의 면면이 큰 감동을 주기 때문이리라. 여기에 동의한다면 [전쟁영웅 이야기]에서 우리 역사 속 전쟁의 영웅들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  

[전쟁영웅 이야기]는 단군 이전 시대의 치우천왕부터 동학혁명의 중심이었던 전봉준까지 모두 12인의 영웅을 소개하고 있는데, 전쟁에서의 활약상은 물론 영웅의 대략적인 일대기, 당시와 후대의 그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작가의 의견까지 피력하고 있는, 말하자면 역사 다큐멘터리와 같은 책이다.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재미있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읽어갈 수 있도록 누군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구어체로 씌여 어린이 독자가 읽기에 편하도록 배려한 점도 흡족하다.

첫 영웅인 치우천왕篇. 요즘 나오는 어린이책을 읽으며 그 존재를 알게된 치우천왕(내가 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치우천왕은 듣도 보도 못한 존재였다 ㅡ.ㅡ) 이야기는 다소 과장된 신화같은 이야기지만 당시 중국 한족과 우리 겨례인 동이족의 전쟁에서 문화가 더 발달한 우리 세력이 기세등등했음을, 그것이 오늘날 중국이 자기네 역사를 유리하게 해석하려 하는 이유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의미있는 이야기로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역사사료가 당시의 세력판도나 시대적 필요에 의해 반드시 사실만을 기록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영웅 연개소문篇, 또 난세의 영웅이었으나 역시 당시의 세력과 필요에 의해 제 뜻을 활짝 펴보지도 못했던 임경업篇, 큰 애국심과 충정심을 가졌으나 반대세력의 모략으로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장보고篇 등도 기억할 만한 이야기다. 

또한 영웅의 기록에 대해 말할 때 중국의 사료와 우리의 사료를 비교해 다른 점이 무엇이고 왜 다른지를 해석(또는 추정)하고 있는데, 어린이 독자가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이다. 신채호 선생이 영웅 김유신에 대해 일반적인 칭송과는 조금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신선한 자극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쉬운 점 하나. 중간중간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명재상 이야기] 책에서 참고하라'는 식의 표현이 있어서 찾아보았더니 이 책의 저자가 쓴 이 책의 시리즈 전편을 이야기하는 것이던데,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궁금하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한편 그 책도 당연히 읽으라는 무언의 압력같은 느낌도 들어 약간 불편하기는 했다.

어쨌거나. 나라의 흥망 속에서, 특히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마다 반드시 나타나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있었음을 목도할 수 있으니, 『고려사 절요』에서 강감찬을 찬양했던 귀절이 참으로 마음 속 깊이 스며든다. 

"하늘이 이 나라 백성을 사랑함이 참으로 지극하구나. 나라가 어려움에 빠지면 반드시 어질고 현명한 이를 내어 구하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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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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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더위가 지상 최악의 고문인 나로서는, 길가다 가끔씩 보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몸에 쫙 붙는 슈트 속에 울끈불끈 솟아있는 근육, 햇빛에 타서 끼고있는 선그라스와 구분되지 않는 까만 얼굴, 날렵하여 멋있긴 해도 그 속이 얼마나 열탕같을까 생각되는 헬멧까지, 내겐 너무 먼 존재. 헌데 [불량한 자전거 여행]으로 인해 내게도 살짝 '자전거를 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 책의 유혹은 참으로 강렬하달 밖에. 

부모님의 싸움을 보다못해 반항의 몸부림으로 집을 나온 6학년 호진이. 집안에서 골칫덩이로 불리는 삼촌에게 의탁하는 것이 딱이라는 생각에 합류하긴 했는데, 어라.. 삼촌은 자전거 여행을 이끄는 수장이었으니 호진이는 별 수 없이 삼촌의 조수이자 자전거 여행자가 되었고, 그 고생길이야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 처음엔 엄마의 잔소리고 뭐고, 아빠의 무뚝뚝한 얼굴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없이 자전거를 타고 허덕허덕 뒤쫓아가기 바빴던 호진이. 호진이에게 이 여행은 어떤 의미로 종결될까. 

자전거 여행을 함께 하는 동료들의 제각각 사연도 재미있고 의미있다. 아빠의 명령에 할 수 없이 참가한 사람,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사람, 사업에 실패한 사람, 곧 암수술을 받을 사람, 얼떨결에 끼어든 도둑놈(?!)까지. 그들이 왜 그렇게 힘들고 고생스러운 자전거 여행을 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얻는지, 비록 자전거를 타고 있지 않지만 글로써 그들과 함께 동행하는 나에게도 자못 진지한 깨달음과 감동을 주었다. 또한, 호진의 삼촌은 그간 집안에서 보여진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새로운 모습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호진이와 나에게 '삶'이란 것을 다시 생각케 하는 고마운 존재다. 

짐작은 해본다. 자전거를 타 더이상 못 갈 정도로 지쳤을 때 한 번 더 페달을 밟는 기분. 더이상 참지 못할 때 조금만 더 하는 기분. 누군가는 자전거이겠지만 누군가는 다른 어떤 것이 될 수도 있겠지. 흔히들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극한의 몸의 움직임이 오히려 머리를 맑게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것은 아마도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저자 자신이 자전거 여행자이기에 그 기분을 아주 잘 써내려간 덕분일 것이다. (저자 소개글과 지은이의 말을 보았더니 거의 자전거 선수다! ^^)   

자전거 여행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사실적이고 설득력있는 이야기로 의미있는 주제를 전해주고 있는 이 책. 다 읽고나면 아마 엉덩이가 들썩이는 독자가 많을 듯. 나 역시 그랬지만 솔직히 자전거를 탈 용기는 아직 없고(ㅡ.ㅡ), 다만 길가다 만나는 자전거 여행자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더 오래도록 바라볼 수는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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