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학년인 딸은 따로 영어학습-학원이나 과외, 학습지 등-을 하지 않는다. 아이가 특별히 공부(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나 나름대로 영어환경을 만들어 많이 노출시키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여러가지 장단점이 있을텐데 그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너무나 장황하고, 지금은 <What are you?>라는 책과 테잎, cd에 대한 이야기로 그 범위를 정하자.
먼저, 테잎.
책보다 테잎을 먼저 든다. 아무래도 책을 보면 영어글자에 눈이 가기 마련이라서 영어를 소리부터 듣고 받아들이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딸도 팝업북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책을 넘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일단 참는다 ^^
나와 딸에겐 테잎이 가장 편하다. cd보다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덜 조심스럽고, 플레이어가 없는 곳이 거의 없어서 아무 데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고, 앞뒷면 반복 모드로 놓고 틀어두면 지칠 때까지 귀로 영어가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 한가지! 테잎의 내용이 얼마나 흥미로우냐,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효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런 면에서 <What are you?>의 테잎은 합격점이다. 이 책처럼 쉬운 단계의 영어 테잎은 대개 글을 쭉 읽어주는 것-동화구현처럼 잘 '읽는/말하는' 것을 포함하여-뿐 아니라 음향효과, 노래, 퀴즈, 해설자의 짧은 코멘트나 추임새(?) 등 다양한 소리가 들어있다. 듣는 사람의의 귀를 즐겁게 해줘야만 듣기 때문인데, <What are you?>의 테잎은 바로 이런 다양한 소리가 총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귀가 즐거운 것은 당연지사, 앞뒷면 반복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지겨울 틈이 없다.
테잎을 듣는 것부터 재미를 붙이면 장점이 참 많다. 굳이 책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번거롭지 않고, 이동 중에 차에서도 듣고, 친한 사람 집에 놀러가는 것이라면 그 집에서도 틀어놓을 수 있겠다. 오늘도 딸은 테잎을 챙겨들고 아빠와 야외로 놀러갔다. 차에서 듣는다며 *^^*
그리고 책.
와우! 한글로 된 <너는 누구니> 책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느낌 그대로다. 좋다.
책이 비교적 큰 만큼 팝업되는 부분도 시원시원하니 큼직해서 펼쳤을 때 더 기분좋다. 물 위로 펄쩍 뛰어오르는 듯한 개구리가 특히 마음에 든다.
딸은 이미 한글책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으로 열심히 팝업시키며 즐거워한다. 아직은 너무 어린 동생이 찢어버릴까봐 몰래 몰래 혼자만 본다 ^^
마지막으로 테잎과 책.
테잎 따로, 책 따로, 그 하나씩만으로도 만족스러우나, 테잎과 책을 같이 놓고 보면 더더욱 만족스럽다. 귀로 들으며 눈으로 보는, 그야말로 시청각 학습이 아니겠는가!
딸은 책에 씌인 글자들이 어렵고 모르는 단어들이 많지만(대부분이지만 ㅎㅎ) 테잎으로 소리를 먼저 들었기에 소리에 글자를 맞추어 가면서 본다. 글자만으로는 뜻을 모르지만 대략 앞뒤 스토리를 짐작하며 뜻을 유추해간다.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는데, 굳이 맞았니 틀렸니 말 안해도 스스로 어떻게든 정답을 알아내게 될 것이다.
<What are you?>는 쉬운 단계의 것이라고는 했으나 실상 단어는 은근히 어렵고 글자 수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테잎이 재미있기 때문에 딸은 막연히 쉬운 책이라는 느낌을 가져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것도 이 책의 묘한 장점. 그래서 후에 높은 단계의 영어를 들을 때에도 다시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What are you?>는 따로, 또 같이, 그때 그때 필요한 데로, 가능한 데로 읽고 보고 듣기에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