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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얼룩소 밀리
커밀라 무디 지음 / 애플비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제가 책을 딱 받아들고 ‘어! 책이 제법 두꺼운걸’ 놀라는 순간,
옆에서 절 지켜보고 있던 17개월 된 우리 아들이 재빨리 책을 빼앗아갑니다. 표지의 빨간 얼룩소 그림이 아이의 눈에 확 띄었을 테고, 표지에 붙어있는 3개의 단추(?)가 톡 튀어나와 있으니 그걸 어찌 만져보고 싶지 않았겠어요.. 그 단추를 정말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느라 표지를 들춰보지도 않더군요.
드디어 표지를 넘겼을 땐 아이가 아직 어린지라 제가 글을 다 읽어주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촉감부분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촉감부분을 만지고 넘기고, 만지고 넘기고.. 하는 것에 온통 정신이 팔렸답니다.
그런데, 제가 여태까지 보았던 촉감책은 책의 그림 한 부분을 촉감부분(천이든 무엇이든)으로 처리했던데, 이 <빨간 얼룩소 밀리>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다는 것! 그래서 그 구멍 사이로 뒷페이지의 한 부분인 촉감부분을 만지게 했다는 것! 독특합니다.
구멍이 뚫려있다는 것은 아이에게 궁금증을 키우는 훌륭한 도구가 되는 것 같아요. 책에 써있듯이 ‘이게 무엇일까? 혹시 …이 아닐까?’라고 말이죠. 또는 굳이 책에 써있는 그 말을 읽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무엇일까를 상상하게 만들겠구요.
그리고 또 하나. 페이지를 넘겨보면 위에서 말한 ‘혹시 …이’ 아니라 전혀 다른 동물이 나옵니다. 바로 이 대목이 아이들의 웃음과 놀라움을 만들어낸답니다. 전혀 다른 동물, 게다가 그것이 실제 동물의 모습이 아닌 진정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동물의 모습이니 어찌 색다른 책이라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페이지를 넘겨가다 보면 ‘혹시 …이 아닐까’했던 실제 동물들의 모습이 마지막 장에서 농장 문을 열고 함께 나타납니다. 짠! 우리 아들은 그제서야 자기가 보아왔던 동물들의 모습이 나오니 반가운가봐요. 자기가 좋아하는 돼지와 오리를 수없이 반복해 가리키며 제 얼굴을 쳐다보네요.
<빨간 얼룩소 밀리>는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촉감책입니다. 단지 촉감책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거리가 많고, 아이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구성과 색감도 좋습니다. 유아도서가 대부분 크게 다를 것이 없는데 반해 이 책은 확실히 색다른, 독특한 책입니다.
그리고 끝으로 아쉬운 점 몇가지. 가장 돋보인 ‘동그란 구멍 사이로 보이는 촉감부분’. 아이디어는 좋은데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가 좀.. 곤란합니다. 구멍은 오른쪽 페이지에 있으니 넘기면 왼쪽으로 옮겨지는데 왼쪽 페이지엔 거의 글이 있거든요. 그래서 구멍사이로 뒷페이지의 글이 보입니다. 그래서 현재 페이지와 뒷페이지의 글이 뒤섞여보일 수 밖에 없지요. 가장 돋보이면서도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또, 상상을 초월하는 동물의 모습은.. 아이의 눈에는 어떨는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싶을 정도로 보이고,
글이 결코 적지 않은데 글씨의 모양에도 변화를 많이 주어서 자리가 비좁고 복잡해 보입니다. 책 크기를 조금만 더 크게 했으면 어떨까 싶어요.
맨 마지막 장에 있는 농장문을 여는 페이지는 그냥 종이로 되어 있어서 너무 쉽게 찢어지네요. 코팅된 종이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마지막으로 촉감부분을 더 다양하게, 이를테면 올록볼록한 것, 거친 것, 말랑한 것 등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많은 촉감이 나오긴 하지만, 크게 털 종류의 부드러운 것과 밋밋한 것 두종류라서 아쉽네요.
여하튼 우리 아들은 이 책을 참 좋아합니다. 책 보여달라고 가져오는 순위에서도 항상 상위권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