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걸어가요
이선주 글.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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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군가 걸어가요]와 같은 그림책을 만난다. 책표지의 빙긋 웃는 여자아이를 볼 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세계지도 위에 가득한 구름들을 볼 때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젠 손톱만한 상상력과 탄력만이 남은 나에게는 난해한 그림책 ㅡ.ㅡ;; 

희안한 일은, 내가 가장 먼저 읽고(또는 보고) 나서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초등 6학년 딸에게 넘겨주었더니 "여기 나와있는 그림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지어주라쟎아요."라면서 그림을 놓고 나보다 훨씬 나은 해석을 줄줄줄 읊었다는 사실. 하지만 그녀 역시 해석은 하되 이 책에 그리 큰 흥미를 느끼지 않음은 마찬가지. 책은 다시 5살 아들의 차례가 되었는데 오호라~!!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녀석인데 그림은 참 잘도 읽는다! 내가 글을 읽어주지 않고 "이건 뭐하는 그림이야?"라고 물으면 엉터리같은 대답을 그럴듯하게 해내는데, 그게 또 진짜 맞는 말 같다는 사실.    

'누군가'의 이름을 지어보자고 책 서두에서 밝혔지만, 그보다 더 무한한 상상과 창작을 유도하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름 속엔 김홍도의 그림 '무동'과 비너스와 연꽃이 함께 등장하고, 착시현상을 테스트하는 것 같은 정사각형이 한 페이지를 꽉 채우며, 그 사이사이 걷거나 앉아있는 여자 아이의 모습도 있다. 여기에 어찌 해석의 정답이 따로 있을까. 나의 아들처럼 자기 상상대로 마음껏 꾸며내는 것이 전부이자 핵심일 테고, 그것이 곧 독자의 즐거움이 되게 하는 알쏭달쏭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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