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나일까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5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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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건주야. 


나는 이렇게 네 이름을 부르기조차 조심스럽다.

네가 얼마나 답답하고 화났을까.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했을까. 

네게 정말 미안했다.

너를 문제아로 낙인찍고 네 말은 애초부터 들을 생각이 없었던 담임선생님도, 

험상궂은 말과 표정과 폭력으로 너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아빠도, 

야비한 술수로 너를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은찬이를 그렇게 키운 은찬이 엄마도,

아니 어쩌면 네가 기댈 곳 없이 고립된 것처럼 느끼게 만든 모든 상황이,

무책임한 어른들의 모습이었고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네 학교에 괴짜선생님이 오시면서 네 마음의 응어리가 하나 둘씩 녹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또 기뻐했다.

책 안에서 방황하는 네 모습을 그저 속절없이 바라만 봐야 했기에 괴짜선생님의 등장은 마치 내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대신 해소해주는 것처럼 기쁘기 그지 없었다.

괴짜선생님처럼 조금만 더 따뜻한 눈으로, 조금만 더 주의 깊은 시선으로 널 바라보면 되었을 것을...... 조금 더 일찍 그랬어야 했을 것을......

 

네 엄마가 강한 마음을 갖게 된 것과 네 친구 시우가 용기를 갖게 된 것이 직접적으로는 괴짜선생님 덕분이겠지만, 네 스스로 네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던 덕분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네게 아무리 좋은 기회를 주더라도 네가 진실로 원하고 행하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을 터.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웃고 놀고 공부하는, 아주 평범하고도 당연한 소망을 이루고 싶었던 네 깊은 마음의 소리를 너는 잘 따랐다.

너는 진짜 너이다.

 

그리고 시우야.

 

나는 네 용기에 감사한다.

네가 어쩌다보니 은찬이에게 휩쓸려 다니게 된 것도, 그러면서 뜻하지 않게 건주를 멀리 하게 된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이해한다.

건주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되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도 이해한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

네가 네 깊은 마음의 소리를 진짜 소리낸다는 것,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피씨방에서의 진실을 네가 마침내 이야기했다. 

아무도 건주의 말을 믿지 않았으니, 네가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낸 것이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니겠느냐.

너의 용기는 너 자신이 진짜 너임을 증명했다.

감춰진 진실은 언제나 용기있는 자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법이고, 그가 바로 너이다.

이제부터 건주가 다른 아이들처럼 웃고 놀고 공부하는 데 네가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건주와 시우야.

 

너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을 차마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처음엔 슬펐다가 마지막엔 가슴벅차기까지 만감이 교차했다.

이젠 너희들의 상처가 잘 아물기를, 또 혹시 세상을 살아가며 다시 상처받는 일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용기와 의지를 갖고 이겨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너희들이 진짜 너임을 확인했던 순간을 잊지 마렴.

또한 너희들은 내 아이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의 모습이므로 우리는 늘 함께라는 것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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