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ㅣ 신나는 책읽기 16
이용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착한 아이'에 대한 어른들의 관념은 무엇일까. 교실에선 찍소리 하나 내지않고 바른 자세로 공부하기? 밥 먹을 땐 흘리지 않고 제자리에 앉아서 먹기? 유해한 TV나 만화는 보지않고 독서와 공부를 즐기기? 나쁜 말을 하지 않기? 글쎄.. 생각해보면 교실에서 좀 떠들 수도 있는 일이고, 몸을 움직일 수도 있는 일이고, 밥알을 어쩌다 흘리거나, 아이들끼리 통하는 유치한 말장난도 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면 몰라도 어린이로서 어린이다운 행동과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의 특권인 것을.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의 망태동산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을 보자. 그야말로 신나지 않은가. 비록 그 모양이 어른들 눈엔 난리법석, 엉망진창일지언정 아이들은 학교와 집에서 누리지 못했던 어린이로서의 자유를 한껏 누리고 있었으니.
[내 방귀~]의 주인공의 모습이 차라리 안쓰럽다.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한심하다고 혀를 차는 주인공.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선 그어주는 과도한 제한과 규칙이 주인공의 입을 통해 흘러나올 때마다 미안하기까지 하다. 주인공과 대비되는 역할인 꿈틀이, 망태동산과 대비되는 배경인 괴물마을의 극명한 차이가 그 미안함을 더더욱 크게 만든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망태동산의 아이들만큼이나 신나는 기분이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 어린이 독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고 행복한 독서가 될 것 같다.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도 느낄 터. 또 어쩌면 당분간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를 외치고 다닐 터. 그리하여 나, 기꺼이 너희들의 방귀를 먹어주련다. 마음껏 뿡뿡 뀌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