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에 싹이 나서 낮은산 그림책
김성종 글.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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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에 싹이 나서]라는 제목을 보니 반사적으로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라고 외치며 가위바위보 놀이를 했던 어렸을 적이 생각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묵찌빠하는 손 모양이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는 모양과 비슷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 때는 감자에 진짜 싹이 나는지, 그 싹이 잎이 되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 확인해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다 크고 나서야 부엌 한 구석에 무심히 내버려져 쪼글쪼글해진 감자에서 싹이 나 있는 걸 보았고, 이 감자를 땅에 심으면 정말 이 싹이 땅 위로 움터 자라는 건가 잠깐 궁금해하고 말았습니다. 전 서울 촌놈이거든요 (-.-)

[감자에 싹이 나서]는 바로 그렇게 버려진 감자가 우여곡절 끝에 땅 속에 심어지고 싹이 나고 잎이 나는, 그래서 감자가 주렁주렁 열리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농부의 실수로 떨어진 감자가 생쥐와 강아지의 도움으로 농부의 눈에 발견될 때까지 감자에 난 싹들의 조바심에 애가 닳고, 땅 속에 심어져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싹들의 인내심을 배울 수 있어요. 감자에는 조금 큰 싹과 작은 싹, 두 개가 있었는데, 작은 싹의 활약이 대단하죠. 크다고 다 좋고 작다고 다 나쁘다는 식의 편협한 생각이 역전되어 어린 독자에게 인상적으로 기억될 수 있는 설정이 참 좋습니다.

또 다행히 농부에게 발견되어 땅에 심어질 때, 농부의 눈길과 손끝에 담긴 애정이 얼마나 크던지. 예전엔 감자만으로 끼니를 때웠던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지만 지금처럼 너무 흔해져버린 감자일지라도 그렇게 큰 애정과 수고 덕분에 컸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거의 전부 흙빛으로 채색된 그림이 아주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마당에서 모이를 쪼아먹고 있는 닭들, 마루밑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장작들, 나뭇가지를 기둥삼아 텃밭을 가로질러 있는 빨랫줄.. 시골 풍경이 고즈넉하게 펼쳐져 있어요. 햇감자가 막 나오는 요즘, 아이와 함께 읽어보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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