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누나 제인 높은 학년 동화 14
전경남 지음, 오승민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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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누나 제인]은 내 생각보다 좀 적은 분량이었지만 내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제인 누나의 동생 지원이를 1인칭 화자로 하여 동생의 느낌과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면서, 동시에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았어도 내겐 그 이면에 존재하는 더 많은 느낌과 생각을 전해주었다. 

먼저 유학가 있는 제인 누나에게 합류한 동생 지원. 지원이는 괴상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새에 연애에만 몰두하고 있는 누나를 보며 놀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 둘은 부모의 재혼으로 맺어진 오누이가 아니던가. 딱히 친하지도 살갑지도 않은 사이이니 걱정은 되어도 뭐라 잔소리를 하기도 애매하고 부모에게 이르기도 뭣하고..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제인과 지원이의 관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풀려가는지가 흥미롭고 설득력있게 펼쳐진다. 또 그 사이사이, 홈스테이하는 집의 맘과의 갈등, 지원이가 겪는 학교와 학원에서의 자잘한 일들에서 이른바 조기유학의 문제점이라고 말해지는 것들의 단면을 볼 수 있다.  

[불량 누나 제인]에서 또 하나의 축은 부모의 재혼인데, 이 책 안에서 엄마가 이야기하는 것들에만 의지한다면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그것이 좀 더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일 수 있겠으나,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그 와중에도 제인 누나와 소록소록 정을 쌓아가는 착한 지원이 덕분에 이 가족이 사랑과 행복으로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다행. 

짧고 경쾌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꾸려가고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의 표현과 말투가 살아있고, 어린 지원이의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종료시키는 것이 천진하고 밝아 재미있다. 간혹 얼렁뚱땅 넘어가는 듯한 상황도 있지만, 그게 바로 지원이의 방식. 말하자면 복잡미묘한 것을 단순명쾌화시키는 비상한 재주라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한가지. 불량 누나 제인은 겉모양새만 그렇지 실은 속이 꽉찬, 불량스럽지 않은 누나로 묘사되었다. 지원이와 나누는 대화나 여러 상황 속에서 제인의 생각과 행동의 이유가 드러나는데,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제인이 이런저런 갈등과 곤란을 겪는 모습이 마치 부유하는 청춘을 바라보는 것 같았던 게 내 솔직한 느낌이었다. 어디에도 제 뿌리를 단단히 박지 못해 불안해 보이는 제인. 제인이, 그리고 제인과 같은 수많은 청춘이 질풍노도의 파고를 무사히 넘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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