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미안해 그림책 도서관 42
한나 쇼 지음,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나의 네 살난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후 개별적인 부모면담시간이 있었다. 그 때 선생님이 내게 들려줬던 이야기 한 토막, 아들이 친구와 다툼이 생겼을 때 '미안해'라는 말을 하지 않기에 그 말을 해야하는 이유와 방법을 몇 번 알려주었더니 이젠 때맞추어 '미안해'라고 잘 말하게 되었댄다. 내가 곰곰 생각해보니 아들이 딱히 큰 말썽을 피우지 않는 편이라 '미안해'라고 말할 일이 거의 없기도 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와 다툼이 생길 때는 늘 누나가 양보하거나 져주고 있었던 것. 아들은 '미안해'라는 말의 의미조차도 몰랐었던 것 같다. 아차 싶었었다. [미안해 미안해]를 읽으며 그 때 생각이 났던 것은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본격적인 교우관계와 더 넓은 인간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딱 좋은 책이구나 싶어서다.  

[미안해 미안해]의 주인공 족제비는 큰 부자가 되어 으스댈 생각으로 친구들을 초대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오지 않은 친구들이 괘씸한 나머지 족제비는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따지기에 이른다. 친구들이 족제비의 초대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족제비는 개과천선하여 착한 족제비로 다시 태어나 친구들과 즐거운 파티를 여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데, 그 과정을 바라보며, 특히 괜한 자존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선선히 '미안해'라고 말하게 되는 과정을 바라보며, '미안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그렇게 말하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활짝 열어주는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미안해 미안해]가 독선적이고 못된 아이들의 교화용(?)으로만 생각하지는 말 것. (실제로 아주 착하디 착한 다섯 살짜리 조카도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못됬던 족제비가 착한 족제비로 변신하는 과정이 즐겁고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책읽는 즐거움이 있고, 책의 면지에 그려진 광고나 초대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족제비의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바라보는 재미도 크다. 지면을 꽉 채운 그림을 하나도 빠짐없이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키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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