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똥' 이야기는 더이상 웃기거나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지만, 어린 아이들에겐 '똥'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웃음보가 터지게 하는 좋은 소재다. 나의 아이들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책이 되어버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가 보드북으로 나와 이제서야 만났지만 역시나 제목만 보고도 큰 호기심을 표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한줄기 굵은 똥을 머리 위에 뒤집어쓰고 만 두더지. 두더지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며 범인을 찾아나서는데, 여러 동물들을 만난 후 드디어 범인색출에 성공, 후련한 응징(?)을 내린다는 이야기. 두더지가 여러 동물들을 만나 그들의 똥 모양과 똥누는 소리를 보고 듣는 사이 책읽는 어린 독자들도 함께 보고 들으며 알아간다는 게 가장 큰 학습효과일 터.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비둘기, 말, 토끼 같은 동물들의 똥은 각각 서로 잘 구별될 수 있는 특징적인 똥이어서 쉽게 기억에 남을 수 있겠다. 또 마지막에 두더지 머리 위 똥의 범인을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파리도 똥을 먹는다는 생태를 알게 하는 것까지. 허나 유아책에서 꼭 그런 학습효과에만 눈독을 들일 필요가 있겠는가. 마지막 장면, 두더지가 나름의 응징을 내리는 장면에선 그 빈약함에 웃을 수 밖에 없으니, 이 책에 환호하는 부모와 아이가 왜 그리 많은지 알겠다. 4살난 둘째아이에게 어울리는 책인데 12살이나 된 큰아이가 더 좋아한다.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고 웃기엔 큰아이가 더 어울릴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