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의 특별한 여름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28
발레리 홉스 지음, 유향란 옮김, 장윤경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처음엔 이 책을 읽기를 좀 주저했다. 표지그림만 봐도 주인공 토비는 아마 암이나 백혈병같은 중한 병에 걸린 아이인 것 같으니 이 아이의 아픈 이야기라면 너무 슬퍼서 슬픈 이야기를 선뜻 택하지 못하는 내 심약함에 자꾸만 머뭇거렸다. 그런데 [토비의 특별한 여름]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비는 아픈 아이가 맞지만 아픈 아이의 아픈 이야기라서 슬프기만 한 동화는 아니다. 오히려 아픈 토비의 아프지 않은 이야기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암으로 아주 어렸을 적부터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고있는 토비. 지금은 시골에서 요양중이지만, 토비에겐 병원에서 지냈던 일이나 그곳에서 투병했던 일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다. 그래서 자기 몸 한 구석에 종양이 잡히는 걸 느꼈음에도 애써 무시하고 엄마에게도 그 사실을 감추고 지내는데. 그 즈음 다 쓰러져가는 이웃집에 사는 마귀할멈같은 행색의 어느 할머니를 우연히 알게되고, 토비와 할머니의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는 만남 속에서 그 둘의 따뜻한 교감과 배려, 우정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한다.

 

새로운 종양을 감추고 있는 토비, 이젠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늙은 할머니. 둘 다 '죽음'이라는 것에 바짝 다가서있는 것 같은 인물이지만, '죽음'은 그들이 돌보고 있는 암소를 통해 구체화되고 형상화된다. 그것은 특히 토비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암소의 죽음을 바라보며 거꾸로 자신의 생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된 것. 동시에 토비의 열망은 더 이상 시를 쓰지 않고 있던 할머니가 다시 펜을 들게 만들었으니, 각자 몸과 마음에 큰 병을 갖고 있던 이 두 사람에게서 독자는 희망과 의지를 나눠가질 수 있다.

 

또한, 토비와 할머니가 함께 읽는 시를 포함해 이 동화 안에 담긴 시적인 표현과 은유적 서술이 상당히 세련되었다. 자극적이거나 감각적인 책들과는 다른 조용한 매력을 가졌다. 책 날개에 적힌 짧은 작가 소개글에서 '청소년을 위한 매력적인 작품을 많이 쓴 작가'라고 한 것이 괜한 말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아픈 토비의 아프지 않은 이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적이면서도 깔끔하고 상쾌하여 참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