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고 싶은 비밀 아이좋은 창작동화 8
김태광 지음, 전복순 그림 / 그린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자기 엄마 아빠를 내세우며 다투는 일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닐 겁니다. 우리 아빠가 더 힘이 세네, 우리 엄마가 더 예쁘네, 뭐 이런 식으로 어른 눈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자기들끼리는 꽤나 심각한 다툼을 벌이기도 하지요. 그만큼 부모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겐 절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해가 갑니다만, 만일 아이들 눈에 자기 부모가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당사자가 갖는 슬픔과 좌절 또한 허투루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감추고 싶은 비밀]의 주인공 소희가 그랬습니다. 자기 부모, 특히 엄마를 감추고 싶은 비밀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4학년이 시작되면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부잣집 딸이라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고 곧 생일이라 친구들을 초대하겠다는 수진때문에 사건은 시작됩니다. 가난해서 생일선물조차 사기 어려웠던 소희는 뜻하지 않게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학기초 학부모 모임에 언제나처럼 엄마더러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화상을 입어 괴물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엄마를 엄마라고 밝히는게 두려웠거든요. 그러던 중, 소희의 생일을 맞아 엄마는 처음으로 생일잔치를 해주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신났지요. 엄마가 자리를 비워주신다니 조금 죄송하긴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비밀이 밝혀질 염려도 없구요. 그런데 일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고 맙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자기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라는 사실은 주인공 소희뿐 아니라 이 동화를 읽는 독자까지도 슬프게 만듭니다. 또 아직은 어린 소희의 그런 생각이 안쓰럽기도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해요. 소희는 엄마가 왜 그렇게 심한 화상을 입었는지 그 까닭을 몰랐으니까요.  

소희를 향한 엄마의 사랑이 엄마에게 흉터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희가 흘린 눈물은 반성이나 사죄의 뜻을 넘어 엄마를 향한 자기의 진짜 사랑을 깨달은 것일 겝니다. 그리고 더 이상 소희에게 엄마는 더 이상 감추고 싶은 비밀이 아니게 되었겠지요. 오히려 남들보다 더 강하고 진하게 엄마의 사랑을 알고 느꼈을 겁니다.  

소희야, 감추지 마. 그럴 필요 없단다. 이젠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자랑하렴. 너의 엄마가 너를 사랑한 증거라고 말이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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