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만세발가락 - 마음으로 보는 그림 같은 이야기
리타 페르스휘르 지음, 유혜자 옮김 / 두레아이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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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만세발가락]은 독특하다. 초등학생의 그림대회를 소재로 했지만 대회에서 수상을 하느냐 못하느냐 조마조마 조바심이나 아웅다웅 질투심같은 것은 이 동화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주인공 리타가 가진 그림에 대한 생각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고, 그 생각은 꼭 그림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꼬리를 무는 생각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기 때문이다.

리타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다. 실제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 뛰어난지 아닌지를 책에서 정확히 알리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기 생각을 그림에 담는 솜씨는 좋다,고 리타는 생각한다. 네델란드가 세계2차대전 종전 후 찾은 평화의 모습을 그리라는 그림대회의 주제를 표현하는 데에도 자기 아빠의 만세발가락에 포인트를 주었으니, '만세발가락'이라는 표현도 그렇지만 아주 작은 것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아이.

리타 자신의 그림에 대한 설명과 다른 친구들이 그린 그림 또는 그림을 대하는 태도는 참으로 다양한데, 그 중 리타의 엄마가 사랑해마지않는 피카소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특히 재미있다. 피카소의 <물고기 모자를 쓴 여인>을 보고, 입은 앞에서 본 모양이고 코는 옆에서 본 모양인데, 코를 앞에서 본 모양을 그리기가 힘드니 그렇게 그렸을 거라고 한다. 또 얼굴을 이상하게 그렸으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머리 위에 물고기를 그려넣었다나. 또 네델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을 위작한 무명화가에 대해 엄마와 설왕설래하는 장면에선, "사람들은 무엇을 감상했나요? '그림'이었나요, 아니면 그림 밑에 써 있는 '서명'이었나요?"(84쪽)이라고 묻는다. 허를 찌르는 질문이다.

그림대회라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이처럼 독특한 이야기를 탄생시킨 작가의 솜씨가 좋다. 또한 리타가 풀어놓는 그림에 대한 생각은 독자에게 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라는 점에서 [어린왕자]가 연상되기도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하지만 또 그러한 이유로 어린이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는 조금 의문이다. 어린이의 감성에 호소할 만한 요소가 그리 많지 않고,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성인 독자에게 더 어울리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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