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 동성애는 유전자 때문인가 고정관념 Q 2
공자그 드 라로크 지음, 정재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동성애에 너그럽지 못하다. 나와는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의 동성애에 대해서야 이성적으로(또는 의식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허세로)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만약 나와 관계있는 누군가가 동성애를 한다면 이건 얘기가 달라진다. 왜? 이성애는 정상이고, 동성애는 비정상이라고 생각해왔으니까. 하지만 알고는 있다. 내가 동성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동성애]를 읽었다. 고정관념Q 시리즈다. 고정관념 타파를 위한 책. 동성애에 관한 고정관념 19개 항목을 제시하고 그것이 왜 몰이해이며 오해인지를 서술했다. 혹시 너무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동성애]는 흥미로웠다. 흔히 동성애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동성애' 그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동성애자'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닫는다. 서문격인 첫 장 <성적 성향으로 개인을 규정지을 수 있는가>가 그 사실을 일깨워주었는데, '동성애는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을 맺고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한다'(14쪽)라는 데 동의한다. 

당연히, 고정관념에 대한 서술을 읽으며 그것이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또 동시에 동성애에 관한 어처구니없는 고정관념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동성애와 이성애와 양성애는 성적 성향과 연관되어 있는 반면 성전환에 대한 욕망은 생물학적 성에 속하는 문제라는 것(게이는 성전환을 원한다고 생각했으니!), 동성애의 원인을 생물학에서도 유전학에서도 찾아내내지 못하자 과학자와 의학자들은 심리학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려 했는데, 그 결과로 동성애가 어머니 탓이라는 말도 안되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는 것(이건 프로이드쟎아!). 동성애(자)를 치료하기 위해 거세하거나 전기충격의 고문을 하거나 화형에 처하기도 하는 무지막지한 핍박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런 무식한!) 등이다. [동성애]는 동성애에 관한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임을 설득력있게 서술하고 있고, 바른 이해를 돕는 책이 분명하다. 나는 설득되었고, 도움을 받았으니.

그런데 상대적으로 설득되지 않았고 도움받지 못했던 몇가지 항목도 있었으니, <동성애자들은 일반인을 도발하기 위해 퀴어 축제를 조직한다>와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병이다>가 그렇다. 전자는 미국의 여배우이자 가수로 게이들이 숭배하는 우상 가운데 한 명인 배우 주디 갈드런을 기리는 모임에서 싹튼 대규모 동성애 집회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인데, 이 집회 퍼레이드에서 복장 도착을 상충하는 낮문화와 밤문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벌거벗은 몸을 내보이는 것을 성차별 철폐를 표현하는 방식이자 그렇게 내보이면서까지 자유를 외치고 싶어하는 열망의 표현으로 봐야한다고 서술한다. 정말 그렇게 봐야 할까? 그런 방식의 퍼레이드는 꼭 동성애자의 퍼레이드에서 뿐 아니라 양성애자 또는 어떤 집단이 행하더라도 결코 환영받지 못할 것이 아닌가,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정관념을 논할 때는 단정적인 어투로 서술하고 있었으나 이 장에서는 '~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는 식으로 호소하는 듯한 어투를 사용한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한편 후자인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병이다>의 경우 에이즈는 동성애자 뿐 아니라 양성애자도 걸리는 병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에이즈는 성관계나 수혈, 태아유전 등으로 인해서 누구에게나 전염될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에이즈가 이 세상에 출현하게 된 원인, 그것이 동성애자들의 성관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서술은 없다. 만일 그 원초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면(나로서는 알지 못한다) 밝혀지지 않았음을 충분히 서술해야 좋았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에이즈는 동성애자와의 성관계에 의해서만 전염되는 병이다'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동성애]에 매우 만족한다. 고정관념으로부터 접근한 방식은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며, 그 서술의 내용과 수준과 범위와 문체도 일반 독자가 읽기에 적절하다. 이 책 한 권으로 동성애에 관한 고정관념을 단번에 타파한다는 건 무리이겠지만, 적어도 그 물꼬를 틔워줄 책으로 필요충분한 조건을 가졌다. 기타, 책 표지디자인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책 안의 디자인이나 편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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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서평 감사^^ 저도 이 부류에 속한 사람이 있어서 관심이 가요. 말은 이해한다고 하지만 썩 흡족하지는 않은 상태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