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의 현재는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김현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작은 카페테리아들이 나란히 들어선 한가한 찻길가. 카페 앞에는 오늘의 메뉴가 적힌 판넬과 크고 작은 화분이 나와있고, 열린 창 너머로 소박한 카페 안의 모습이 들여다보이는 표지그림. [그 거리의 현재는]의 주인공 우타가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곳의 풍경이고, 이 소설의 전부를 담은 풍경이다.   

20대 중반, 여자, 솔로, 다니던 회사의 도산으로 직장을 잃고 현재 아르바이트 중. 별로 특별하지 않은 캐릭터로 그려진 주인공 우타가 가진 단 하나의 특별함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특히 오래된 거리의 사진을 좋아하여 조금씩 모으고 있다는 것. 여기까지만 말해도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얼마나 잔잔하고 지루한가를. --;;    

우타를 중심으로 그녀의 주변인들, 그리고 과거에 사랑했던 남자친구와 현재 사랑하게 될 것 같은 남자친구의 이야기는 어디서나 누구라도 겪을 법한 평범한 일상이고, 그녀 또한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다. 그 평범함과 단조로움에서 소설의 재미를 찾기에는 역부족이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더 큰 이유는 우타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이 이야기에서 묘사하고 있는 상당부분인 '거리'의 이질감이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지명 중 오사카, 도쿄, 정도를 빼면 온통 너무 낯설고 어려운 것들 천지였고, 그 밖의 고유명사(거리 이름, 건물 이름, 다리 이름 등) 또한 그러했기 때문에, 내 머리 속에 그 거리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데서 오는 이질감과 거리감. 거기에 비중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은근히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이름까지도 그가 누구였던가를 기억하지 못할만큼 낯설다.   

그렇다고 내가 통통 튀는 소설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이 책이 잔잔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었는데...... '거리'라는 암초에 부딪혀 나는 산산히 부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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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v 2007-09-2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평에 완전공감합니다.. 마지막에 거리라는 암초에 부딪혀 이말 멋져요... 정말 에세이적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