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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의 신기한 붓 - 중국(한족과 몽골족) 편 ㅣ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1
엄해영 엮음, 김혜영 그림 / 상상박물관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나의 초등 4학년 딸은 책, 특히 동화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집에는 연령대별 전래동화가 여러 권 있다. 과거 명작동화라고 불렀던 웬만한 집에는 다 있는 몇십 권짜리 세트에서부터 최근 초등생용로 재구성·편집되어 발간된 단행본까지, 살펴보면 이 책 저 책에서 간혹 겹치는 전래동화를 만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를 다시 비틀어 쓰는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상상박물관의 세계의 전래동화 시리즈 1편 중국(한족과 몽골족)편인 [마량의 신기한 붓]은 '세계'라는 데에 초점을 둔다면 몰라도 이 책 한 권만으로는 최근 흔하게 나오는 전래동화 단행본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옛날 옛적에 ...가 살았대"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란 우리로서는 아무래도 같은 동양권의 전래동화가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사실상-아마도 전 세계의-전래동화가 갖는 구도는 가난하고 약하지만 선하고 지혜로운 아무개가 어려움을 헤쳐가고 악을 물리치는 것, 즉 '착하고 지혜롭게 살자'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어린이라해도 충분히 짐작가능한 권선징악의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 그 과정을, 그 설정을 어떻게 얼마나 잘 표현하고 끌어가느냐에 따라 독자의 호응도는 달라진다. 다시 말해, 현재와는 딴판인 옛 사람들이 사는 모습, 과거의 풍습이나 문화, 정서 등을 들으며 신기해하고, 그 안에서 옛사람들의 우직하지만 묵직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나쁜 사람을 향해 분노하고 착한 사람 편에서 응원하며, 때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무용담에 신나하는, 독자에게 어필할 흡입력있는 요소를 가져야만 호응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마량의 신기한 붓]은 특별히 책잡을 만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어도 특별한 흡입력을 갖지 못한다는 게 문제. 읽는 동안 별로 재미있지도 않고, 재미없지도 않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그저 그런, 아무 느낌없는 전래동화다. 만일 이 시리즈의 책 중에서 서양권인 스웨덴편이나 노르웨이편을 먼저 읽었다면 나의 이 어줍지않은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나, 중국편 한 권만으로는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는, 차마 호응할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