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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딱새 잠재우기
다이앤 레드필드 매시 글, 스티븐 켈로그 그림, 임영라 옮김 / 푸른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라지만 아기를 키우면서 부모들은 이래저래 속상하고 화도 나고 피곤한 일도 많다. 그 중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라면? 잠이다, 잠! 밤이면 자야하고 아침이면 일어나는 것이 인간된 도리(!)인 것을, 밤낮이 뒤바뀌는 아기때문에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낮 시간을 자는 것도 아니고 깬 것도 아닌 상태로 보내야 하는 일은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괴로움.
여기 작은 몸집의 아기 딱새가 있다. 하루종일 하는 일이 '삐리리 삐리리리' 지저귀는 것인데 하필이면 밤에만 지저귄다. 낮이면 자고, 밤이면 깨어 '삐리리 삐리리리'. 귀를 막고 눈을 막고 몸을 웅크려봐도 그 시끄러운 아기 딱새의 지저귐때문에 잠을 못이루는 동물원의 코끼리, 사자, 기린, 곰, 뱀... 어떻게 하면 아기 딱새를 잠재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동물원의 친구들 모두가 함께 자고 함께 깰 수 있을까?
[아기 딱새 잠재우기]를 읽으면/보면 아기 딱새의 '삐리리 삐리리리' 지저귀는 소리가 내내 들리는 것 같아 나라도 잠 못들 것 같다. 단지 '삐리리 삐리리리' 텍스트를 반복하여 책 가장 위에 한 줄로 얌전하게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기 딱새의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진짜 들리는 것 같다. 이 책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텍스트 때문인데, 아기 딱새의 지저귐을 포함해 동물원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움직이는 소리의 표현이 실로 대단하다. 텍스트는 텍스트가 아니라 그림과도 같다. 특히 다른 동물들이 저마다 아기 딱새의 '삐리리 삐리리리'를 흉내내어 울부짖는(?) 소리는 이 책의 백미인데, 그 소리 또한 아기 딱새의 지저귐만큼이나 바로 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소리가 나는 사운드북이 아님에도, 소리가 나는 듯 텍스트를 그려냈다.
이 책의 또다른 볼거리는 동물원 동물들의 표정. 거의 대부분 동물의 얼굴만이 등장하는데, 졸려서 가물거리는 눈, 피곤하여 퀭한 얼굴, 또 아기 딱새를 흉내내며 약올리는 표정. 하나하나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재미있다.
그럼 동물원 동물들은 과연 아기 딱새를 잠재웠을까? 잠재웠다면, 어떻게? 읽어보시라. 나의 아이들은 이 책을 누나가 실감나는 표정과 목소리로 읽어주고 동생은 웃으며 들었다. 자꾸 읽어달라고 한다. 밤낮이 뒤바뀐 아기를 밤낮이 제대로인 아기로 바꾸어줄 수는 없을지언정 충분히 즐겁고 신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