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켄 로빈슨 지음, 유소영 옮김, 백령 감수 / 한길아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먼저 이 책의 제목에 딴지를 걸어야겠다. 영문 원제가 [Out of our minds : Learning to be creative]이니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이라면 의미를 크게 왜곡시킨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개인의 창의력을 일깨워 북돋는 구체적인 일곱가지 법칙을 제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제목만으로는 개인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만일 그렇다면 '무엇을 하기 위한 몇가지 법칙'으로 공식화되다시피 했던 근간의 자기계발서들을 탓할 수 밖에.  

제목과는 달리(!),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은 역사적인 교육 시스템이 창의력의 개념과 위상 정립, 개발 등을 등한시했던 원인과 결과를 논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력에 대한 현시대적 요구와 필요성을 역설하는 매우 아카데믹한 보고서와도 같다. 어렵다는 말이다.  

이 책의 반 이상에서 다루는 교육문제는 단지 교육 한 분야만이 아니라 당대의 사상, 철학, 문화, 역사 등 다방면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종합적인 양상으로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19세기 산업혁명기에 태어난 오늘날의 교육제도는 오직 학문적 능력에만 집착했기 때문에 창의력은 전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뿐더러 창의적인 것은 독특하거나 참신한 것을 넘어 기이한 것으로까지 폄하되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언어와 수학과 과학 과목은 주요 과목으로, 음악, 미술, 연극 등은 주변 과목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인데, 이것은 내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파악되는 현상이다. 국.영.수.과. 점수에 울고 웃고, 음악학원이나 미술학원은 교양이나 취미여가활동 삼아 곁들이는 형편이며, IQ가 높으면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으로 단정짓지만, EQ나 MQ 등은(그것에 대한 신뢰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학업능력과는 별개의 특성으로 치부되지 않는가 말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교육 전반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 덩달아 흥이 난다. 비교적 창의성과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서구의 교육제도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을진대, 내 개인의 육아방침과 교육제도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 어려웠던 자괴감을 달래주었기 때문일 터. 이 책의 주제와는 조금 비껴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현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문제들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이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결정적으로 이 책의 주제어인 창의력은 지적능력과 상반되는 별개의 개념이 아닌, 인간의 두뇌에서 복잡다단한 인지과정을 통해 수행되는 총체적인 능력 중 하나이며, 지속적인 자극과 훈련을 통해 습득되는 타 학습능력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환경과 노력에 의해 개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고있다. 그러한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은 이 책의 마지막 <7장:창의력이 변화를 만든다>에서 이전 장에서 조금씩 제시했던 바를 종합하여 제시하는데, 교육제도권과 기업 안에서 실천해야 할 몇 가지 아우트라인이다. 따라서 그 아우트라인에 따라 창의력을 발휘해 더욱 구체적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즉각적인 답을 원했던 독자라면 분명 실망했을 대목이지만, 저자가 던진 화두 자체에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다"라고 단언했다. 현재의 교육제도권을 박차고 나올만큼 용기있지 못하다면 적어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뇌일 만한 명언이고,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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