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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싫어!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6
엘리자베트 죌러 글, 신민재 그림, 배수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왕따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난 후 왕따는 동화의 주요제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왕따보다 수위가 한 단계 낮은 다소 사소한 폭력, 이를테면 신경질적인 말이나 놀림, 짖궂은 장난 정도의 괴롭힘은 어떠한가.
그것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장난-치마 들추기나 때리고 도망가기, 핀잔주기 같은-일지라 해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화가 치미는 일이고, 한 발 더 나아가 질투로 인한 말싸움이나 편가르기, 힘겨루기 같은 상황에 닥치면 분명 폭력에 노출되는 일이다. 겉으로 보이는 양상이 왕따보다 수위가 낮다고는 해도 근본적으로는 왕따와 다르지 않은 괴롭힘이다.
[폭력은 싫어]는 바로 그 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어린이 생활백서다. 다섯 편의 동화가 담긴 이 책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분명 실제로 있는 일일 것이다!) 언어적, 정신적, 신체적 폭력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그렇다고 따분한, 교훈적이어서 재미없는 동화라는 착각은 마시길. 아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살아있고, 고민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솔직하다. 학교와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든다.
펠릭스는 자기 숙제를 자꾸 빼앗기고, 틸다는 이유없이 위협적인 말을 들어야 하고, 디나는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는다. 크리스토프 역시 이유없는 정신적 시달림을 당하고 있고, 쿨한 행동과 말로 인기를 끄는 덴-올리는 자기만의 패거리를 만들며 반아이들을 무시하고 있다. 펠릭스와 틸다를 비롯한, 폭력 앞에 쓰러져가는 이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것은 외국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학교 환경과 어린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처방법이 제시된다. 특히 그 대처방법이 부모나 선생님에게 알려서 사건을 일단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가 직접 행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처방법이어서 훌륭하다. 어른의 힘을 빌어 그 폭력을 한순간 모면한다고 해도 그 어린이는 여전히 폭력의 피해자로 남을 뿐. 스스로 그 상황에 맞서서 자신의 힘으로 폭력을 잠재울 수 있을 때, 진정한 용기와 지혜를 갖는 강한 어린이로 자랄 것이다. 부디 이 책이 어린이에게 바치는 용기와 지혜가 이 땅의 모든 폭력을 잠재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