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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며칠 전 일간신문에서 이 책이 '2007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제법 큼직한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보면서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국제대회에서 그림이 훌륭하다고 평가받은 책이니 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내가 잘못 생각했다. 내가 보고 나니 내 아이에겐 보여줄 책이 아니다.
무섭다. 그림이 정말 무섭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이야기이니 그림이 무서울 수 밖에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다. 무서운 정도가 아니라 흉칙해서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것도 본문의 제일 첫 페이지가 가장 흉칙하다. 아이들의 몸이 올빼미인 채로 박쥐처럼 거꾸로 줄줄이 매달려있고, 새장 속에 무표정한 아이들이 갇혀있고, 아래 쪽에는 아이들의 입이 실로 꿰매져 있다! 완전히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다.
등장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전부 공포영화에 나오는 귀신이 씌인 것 같은 모습이고, 주인공인 아이와 아이의 엄마도 그에 못지 않게 보기 싫은 얼굴이다. 내 아이에게 보여줬다가는 밤잠을 못 이룰 것이 틀림없다.
나는 미술을 심도있게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그림을 보는 눈이 특별히 트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이러쿵 저러쿵 평을 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나와 같은 평범한 엄마의 눈에는 이 그림과 같은 정도의 다양성까지는 필요없겠다는 판단이다. 사양하겠다.
그럼, 글은? 역시 별로다. 그림 때문에 이미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글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다가, 결국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서 서로 화해(?)하고 망태할아버지를 잊는다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이고, 마지막 장면의 설득력도 떨어진다.
내 아이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을 것이고, 다른 아이에게도 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