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갈매기 섬의 등대 좋은책어린이문고 3
줄리아 엘 사우어 지음, 최승혜 그림, 김난령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뉴베리상 수상'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아마도 [제비갈매기 섬의 등대]가 가진 서정성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어설프게 짐작해본다.

고요하고 잔잔한 느낌이 책 전체에 고루 배어있고, 원작의 그림이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표지를 비롯한 모든 그림(이 책의 그림은 한국작가가 그렸다)이 그 분위기를 한층 돋우어 준다. 책을 펼쳤을 때 어디에도 그림이 없는 곳이 없고, 한페이지를 전부, 또는 두 페이지를 오로지 그림으로만 채운 경우가 많아 그림을 통한 분위기 메이킹이 제대로 성공했고, 개인적으로 이런 풍의 그림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했는지 잘 와닿는다.

등대에서 며칠을 보내게 된 모스부인과 조카 로니. 외딴 곳, 동시에 등대라는 한정된 곳에 묶인 이들은 (내겐) 참으로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 같은 단조로운 생활에 잘 적응한다. 모스부인은 14년간 남편과 등대를 지켜왔던 기억을, 로니는 이 조용한 섬에서 처음 느끼는 바다와 생명과 등대지기로서의 책임감을 만끽하며 예정되었던 며칠을 무사히 마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들에게 등대를 며칠만 봐달라고 부탁했던 등대지기는 약속한 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오는데, 친구들과 캐롤도 부르고 멋진 파티도 기대했던 로니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등대지기는 애초부터 계획적으로 크리스마스에도 돌아오지 않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여기에서 모스부인의 반응이 내겐 의외다. '약속은 중요하고 꼭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피치못할 상황이 생기면 약속은 깨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어긴 이유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녀. 그리고는 등대에서 맞게 될 크리스마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모스부인의 말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그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적어도 겉으로는) 받아들인 것은 등대에 오기 전부터 이미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그 상황을 거부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등대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반기는 마음이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평온한 모스부인보다 화를 내는 로니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로니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모스부인만큼 삶의 지혜를 갖지 못한 것일까...

모스부인과 로니는 등대에서 둘만의 아름다운 성탄전야를 맞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밝고 환한 등대의 불빛을 밝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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