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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에 얽힌 12가지 살아 있는 역사 이야기 ㅣ 재미있는 이야기 살아있는 역사 4
김선희 지음, 장수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건축물에 얽힌 12가지 살아 있는 역사 이야기]는 고인돌에서부터 독립문까지, 우리나라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12가지 건축물을 통해 역사를 만나려는 기획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 점수를 더 후하게 주고 싶은 이유는 건축물과 관계된 역사와 정보를 전해주는 방식이 대개 동화식으로 엮여 있다는 점. 그 동화는 역사적 기록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이기도 하고, 전해내려오는 설화나 민담을 재구성한 것이다. 더러 특정 사물을 통해 역사를 알리는 책이 있는데, 많은 경우 그 역사와 정보를 전달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어서 특별히 깊은 관심을 가진 독자가 아니라면 그저 다른 형식의 교과서/참고서로 느껴지는 약점을 갖는다. 이에 반해 [건축물에 얽힌12가지~]은 동화를 읽으며 역사적 사실과 배경, 정보 등를 자연스레 만날 수 있다는 강점이 더욱 돋보인다고 하겠다.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건축물을 12가지만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결과적으로 선택된 12가지 건축물은 모두 역사적인 가치와 의미가 큰 데다 어린이 독자가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어낼 만한 내용을 갖고 있다.
어른인 입장에서도 이 책에 실린 역사 이야기는 흥미로운 것들이 꽤 많은데, 이를테면 무령왕릉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취재와 발굴에만 급급했다는 것, 백제가 쳐들어왔는데도 신라의 경애왕은 포석정에서 풍류를 즐겼다고(쉽게 말해 놀며 즐겼다고)만 알려졌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새로운 해석이 있다는 것, 팔만대장경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옻칠이 된 목판인데 옻칠이 그 오랜 세월을 견디는데 큰 몫을 했다는 것, 수원 화성을 지을 때 백성에겐 임금을 주었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도 돈을 주고 사왔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자재를 원활히 공급받았다는 것 등이 그러하고, 덕수궁(경운궁)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5대 궁궐에 대한 소개를 함께 곁들인 것도 매우 유익하다.
다만 옥의 티를 꼽는다면, 팔만대장경 만을 제외하곤 실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글에서 말하고 있는 문화재나 사물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점. 모두 그림으로 그려있어서 모양새를 알 수는 있으나 때로 실사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대목이 보이기도 한다.
역사를 색다른 각도에서, 색다른 단초를 찾아내어 책으로 펴내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결과물을 대하는 어린이 독자와 학부모는 행복하기만 하다. 역사가 살아 숨쉴 수 있도록 氣를 불어넣는 일에 더 많은 책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