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
김난도 지음 / 미래의창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럭셔리 코리아]-아, 이 얼마나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인가! 명품열기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중이며,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듣고 보고 알고 있는 터인 동시에, 부정적이든 호의적이든 이른바 '명품'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명품은 더이상 특수계층의 것이 아닌, 보통 사람과도 꽤 가까워진 상황이니 말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아마도 이 책은 명품에 대한 이야기와 뒷담화, 명품을 쫒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진상.. 뭐 그런 정도를 담은, 이 시대의 흥미로운 한 단면을 이야기하는 시대적 요청의 그저 그런 산물이 아닐까, 라는 짐작을 할 수도 있지만!!  얼핏 박신양을 닮은 저자의 프로필과 그의 서문을 읽으며 나는 그 짐작이 틀릴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소비자학과 교수다. 나는 그 학문이 무엇을 왜 연구하는 것인지 거의 아는 바가 없다. 그런데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이 책이 우리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 동시에 소비자학의 소개와 전파에도 일조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은 제대로 실현되었다. [럭셔리 코리아]는 명품을 이야기하되, 사회/문화와의 관계, 마음/의식과의 관계, 또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를 함께 이야기하기 때문에, 명품을 바라보는 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갖게 도와준다.

저자는 먼저 명품의 용어 정의부터 다시 내린다. 실상 우리가 말하는 '명품'이란 것이 '사치품'이 아니던가. 사치품이 명품이라는 탈을 쓰고 진짜 명품과 구분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탈을 들추면 과연 어떤 얼굴이 드러날까.

그는 이른바 명품애호가 12명과 오랜 인터뷰를 나누며 추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치소비(명품소비)의 유형을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나는 신흥부자나 가짜부자가 아니지만 그들의 과시형 사치의 욕망을 이해할 수 있고, 나같은 보통 사람의 경우에서 흔히 나타나는 나머지 세 형태의 사치 또한 그 욕망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어떤 형태의 사치이든 간단히 말하면 건전하지 못한 가치관에서 나온 욕망의 분출이 명품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완벽히 건전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크던 작던 이런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 우리 주변에서 명품소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사치 권하는 사회에서 다루는 내용 또한 흥미롭다. 부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주머니 사정이 뻔한 중산층까지 명품에 현혹되는 것은 참으로 교묘한 마케팅 전략에 의한 우매함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만하나, 거기에 보이지 않는 화폐의 유혹-신용카드, 경제 활성화 정책의 부산물-정부를 거론하는 것과, 또 소비가 놀이를 대신하는 아이들과 어느새 소비로 점철된 여러 관계와 소비지향적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명품소비로 분출된 우리의 타락한 모습을 아프게 찔러댄다. 특히 이 장(場)에서 저자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명품소비의 단면적 문제점 제시가 아닌 사회, 문화, 경제 문제 등과 소비자학을 어렵지 않게 접목시키고 있으니, 마치 '소비자학 입문' 수업을 듣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한 삶이 명품이다'라는 다소 이상적인 결론으로 끝나고는 있지만, [력셔리 코리아]는 명품을 소유하거나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본질을 꿰뚫고, 그것이 왜 부질없는 욕망으로 불리워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설득력있게 논하고 있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명품'은 [럭셔리 코리아]를 통해 이 시대를 이해하는 하나의 코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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