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손]에 이은 2탄격인 [주머니 속 뽀뽀손]에는 예의 주인공 너구리 체스터가 등장한다. 엄마와 떨어져 학교가기 싫었던 녀석이 엄마에게 '뽀뽀손'을 선물받고 좋아라 학교에 다녀왔던 [뽀뽀손] 이야기처럼 첫장면의 이 녀석은 쀼루퉁한 얼굴이다. 사연을 듣고 보니 이번엔 1탄보다 좀 더 심각한 문제다. 이미 세상에 태어나있는 동생을 돌려보냈으면 좋겠다는!! 이런 이런.. 엄마너구리는 이번엔 어떻게 이 녀석을 달래줄까?
맏이는 혼자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일생일대의 라이벌, 동생이라는 존재는 좋기도 하지만 싫기도 하다. 나의 아이들처럼 무려 8살의 터울이 나는 경우에도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찬가지. 딸 역시 아직은 어린, 여전히 사랑을 독점하고 싶은 아이가 아니던가!
체스터 녀석의 말처럼 자기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자기 책을 읽고, 자기 꼬리를 잡아당기고, 자기가 가는 데마다 쫓아 다니는 이 골칫덩이 동생이 어찌 좋기만 하다는 말인가? 나의 딸이 투덜대는 말이 바로 녀석이 하는 말 그대로다. ^^*
나는 사실 이런 상황에서 우왕좌왕한다. ㅠㅠ.. 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동생을 혼낼 수도 없는 일. 결국 너무 뻔한 말이지만 '누나가 참아다오, 누나가 양보해다오. 엄마는 너희 둘 다 사랑한다.'라고 한다.
하지만 또! '둘 다 사랑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체스터 녀석, 왜 자기 뽀뽀손을 동생에게 주느냐고 울먹인다. 나의 딸이 하는 말 그대로다.
엄마너구리는 참 현명하다. 울먹이는 체스터 녀석을 이번엔 '별 이야기'와 '주머니 속 뽀뽀손'으로 달래준다. 예의 '뽀뽀손'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녀석은 다시 행복하다. 아마 녀석은 별 이야기보다는 보너스로 주머니에 더 넣어준 뽀뽀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동생보다 보너스 뽀뽀를 더 챙긴 셈이니까 ^^
나는 [주머니 속 뽀뽀손]이 가진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정말 좋다. 엄마의 한마디 한마디가, 체스터 녀석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쩜 그리도 나긋나긋하고 귀여운지!
무조건 동생을 사랑하라는 훈계식 메시지가 아닌, 맏이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주고 그대로 따라주는 엄마의 현명한 사랑법이 담겨있는 이 책. 미취학아동을 대상으로 하지만 어린 동생을 둔 어린이와 엄마라면 누구라도 읽어볼 만한, 사랑스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