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었다.

아기가 된 할아버지 ㅣ 책읽는 가족 52
문영숙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2월

쑥스럽지만.. 동화를 읽으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주루룩. 딸이 학교에 간 후라서 다행이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그간 할아버지 때문에 몸고생, 마음고생한 가족들은 결국 한 줌 재로 남은 할아버지를 고향땅으로 보낸다. 제정신(?)인 가족들끼리 살아도 별별일로 난리법석인 것을, 하물며 함께 사는 할아버지가 치매이니 일일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로 인해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책은 그런 상황을 바라보는 손자 찬우의 심정을 솔직히 적어가며 가족 구성원마다 나름의 입장과 고민을 들려준다. 특히 아기가 된 할아버지가 불쌍하기도 한 한편 어디로 사라지거나 빨리 돌아가시길 바라는 마음이 한 켠에 있는 아직은 어린 아이 찬우. 그래선 안 될 일임은 알고 있으나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어른도 불쑥불쑥 그런 마음이 있지 않을 수 없을 게다.
하지만 다행히도 찬우네 가족은 마음깊이 할아버지를 공경하는 사람들. 다만 아기가 된 할아버지에겐 그 방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몰라 통하지 않으니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불협화음을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연히 찬우가 생각해낸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일도 아닌데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니 원하시는 대로, 하자시는 대로 따르자’는 방법이 할아버지와 가족 모두를 평온-일시적일 수는 있으나-하게 해준다. 할아버지에게 틀렸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이해시킬 수 없다면 할아버지 뜻대로 그냥 두는 것, 이것이 ‘나’의 생각보다 ‘당신’의 생각을 존중하는 방법일 게다. 비록 아기가 된 할아버지의 생각일지라도.
덧붙여, <아기가 된 할아버지>는 치매 할아버지 이야기 뿐 아니라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와 징 이야기가 섞이면서 자칫 눈물샘만 자극하는 슬픈 동화이기를 뛰어넘는다. 굳이 징 이야기에 어려운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지 않더라도, 단조로울 수도 있었던 치매라는 소재를 더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변모시켰다.      
가족의 의미를, 가족의 의무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아기가 된 할아버지>. 재미와 완성도 모두를 만족시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