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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 세계를 빛낼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 ㅣ 명진 어린이책 6
신웅진 원작, 김경우 글, 가랑비 그림 / 명진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와 이 책 <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를 눈앞에 나란히 두고 고민 끝에 어린이판으로 재구성했다는 <반기문 총장님처럼~>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 <반기문 총장님처럼~>은 일단 시작이 좋다. 태몽을 잠깐 언급하고는 있지만, 무슨 대단한 태몽으로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부모님의 밑에서 범상치 않게 컸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홍보는 아니다. 프롤로그격인 맨 앞부분을 빼면 본문은 반기문님이 어린 학생이었던 시절의 일화로부터 시작, 뒤이어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중요한 (아마도 그에겐 중요했을 것이다) 일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각 장을 떼어놓고 보아도 글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주독자인 어린 학생들이 띄엄띄엄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초반의 일화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나이많은 학생들 틈에서 얻은 파리똥이라는 별명이 결국 반선생이란 별명으로 바뀌게 된 별명 일화, 간발의 차로 늘 2등이었던 주산실력을 어떻게 높였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의 주산 일화 등. 미디어상에서만 보았던 반기문님의 부드러운 인상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그럼, 그랬었겠지'이기도 한 한편, '이런 독한(?) 면도 있었군!'이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일화들이다.
그런데 초반에 느끼는 재미는 일화를 거듭하며 급속히 떨어지고 만다. 사실 우등생이고 모범생인 인물의 일화가 크게 재미있으리라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조금 부족한 사람이 겪는 험한 일들이 오히려 재미요소는 더 많을 것이다. 때문에 인생의 큰 굴곡이 없었던-어쩌면 책에서 소개하지 않은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반기문님의 일화는 갈수록 밋밋하게 느껴지고 만다.
또, 중학생이 되면서 영어공부를 했던 것,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던 것, 외무고시에 합격한 것, 인도에서 첫 대사생활을 시작한 것.. 반기문님이 나이가 들면서의 일화는 과연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런지 모르겠다. 원어민의 영어 자료가 흔하게 널려있고, 해외여행의 기회가 많은 요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 푹 빠져 감동받을 만큼 매력적인 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기문 총장님처럼~> 책 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효과있는 자극제가 되기'에는 부족할 듯 여겨져 많이 아쉽다. 아이들이 읽기 좋게 하기 위해 일화를 비교적 간단하고 쉽게 소개한다는 것이 오히려 재미와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했고, 아이들이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꾸게 하기 위해 우등생의 공부방법과 필요한 자질을 소개한다는 것이 오히려 너무나 이상적이고 우수한 인물이기에 보통 사람과는 다른 부류인 것처럼 그려졌다. 개인적으로 짐작컨데, 시류에 편성해 급조된 기획의 오류가 아니었을까.
때늦은 후회이지만 원작격인 <바보처럼 공부하고~>를 먼저 보았어야 했나보다. 그랬면 혹시 이 책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책 역시 아직 읽지 않아 속이 어떠한지는 모르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은 드물다는 일설이 있으니.
여하튼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자리가 정말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반기문님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그닥 오래전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벌써 몇 권의 책이 출판되고 베스트셀러에도 등극하니, '세계대통령'이라는 별칭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반기문 총장님처럼~>이 기대에 못미쳐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내 아이가 반기문님의 강한 의지와 원대한 꿈을 조금이라도 나눠가지길 바라며 책가방에 넣어준 이 엄마의 아이러니를 어찌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