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만만치 않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 1 - 맞춤법 ㅣ 되기 전에 시리즈 4
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정호성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하니, 이미 오래 오래 전에 중학생 시절을 보냈던 나로선 꽤나 자신감에 넘쳤었다. 초등학생 때 읽으라고 했으니 어려우면 얼마나 어려우랴, 또 맞춤법이라면 보통 이상인 실력이니 어려우면 얼마나 어려우랴, 싶었던 게다. 그런데 아뿔싸!! 판다 대왕이 사람들을 괴롭히며 던지는 질문과 그 판다를 단번에 해치우는 모자 쓴 녀석의 질문에 나의 자신감, 아니 자만심은 첫 장부터 꼬리를 내리는가 싶더니 읽어갈수록 꼬리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한글이 모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늘 말하고 듣고 쓰고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한글에서도 '맞춤법' 항목을 다룬 이 책에서만 다룬 내용이 이렇게나 많겠는가. 크게 4개 단원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 맞춤법은 사실 중학생 이상이어도 충분히 틀릴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또 설명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어간, 어근, 형태소, 역행동화, 두음법칙 같은-도 꽤 자주 등장하고,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단어-늙정이, 늙숙하다, 앙상쟁이, 덩둘하다 같은-도 소개된다.  읽을수록 머리가 아플 것도 같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책은 만화이니, 재미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를 잘 살려 아픈 머리를 식혀준다. 주요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유쾌하고, 대화 내용이나 상황 전개 역시 마찬가지. 특히 주인공인 꼬주아저씨가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틀린 맞춤법이나 표현을 고쳐주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게 그려져 있는 덕분에, 그 전부를 모두 외울 수는 없다고 해도 분명 잊혀지지 않는 몇 가지는 충분히 챙길 수 있다.

또, 단원이 끝나는 곳에 정리 페이지를 두었다거나, 중간 중간 쉬어가는 페이지 형식으로 숨은 그림 찾기나 숨은 단어 찾기, 메시지가 있는 짧은 이야기 등을 가미한 것 역시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다 잠시 평지를 만났을 때처럼 숨 고르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더욱이 등장 인물들의 현재와 과거 이야기, 바보로 놀림받는 친구의 이야기 등은 만화에선 보기 힘든 깊이를 더해주는 이야기라서 적당히 유행을 따라 기획한 것이 아닌, 공을 들여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 책에서 다룬 많은 내용을 단번에 모두 외울 수는 없더라도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펼쳐본다면 유익한 실용서가 될 듯. 한글을 제대로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유익할 것이니, 누구에겐들 그렇지 아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