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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모양이 달라지네 ㅣ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0월
평점 :
<자꾸자꾸 모양이 달라지네>는 블럭쌓기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남녀 역시 블럭 인형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이 두 명을 형제로 보았는데, 딸은 친구사이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주인공들은 여러가지 모양의 블럭을 가지고 자기네 키보다 더 큰 집을 지어요. 그런데 옆문에서 갑자기 불이 나기 시작하지요. 불꽃은 크게 타오르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그 두 명은 재빨리 집을 해체하고 불자동차를 만들어 쏴~ 물을 뿜어댑니다. 다행히 불은 꺼졌지만 이를 어쩌나.. 물바다가 되었어요. 그래서 다시 배를 만들어 물바다를 건넜어요. 땅에 내려서는 트럭을 만들어 달리고, 기차로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그리고는 아주 양지바른 곳에 도착해서 다시 뚝딱뚝딱 예쁜 집을 지었답니다. 그 둘은 그 예쁜 집에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제가 아들에게 이렇게 읽어주지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불이 난 장면과 소방차가 불을 끄는 장면이예요. 불꽃과 연기를 가리키면서 '앗! 뜨!'라고 말하고, 소방차를 연신 손으로 가리키며 '#&&*$#*'라고 종알댑니다.
워낙 모든 종류의 자동차를 좋아하는데, 블럭으로 만든 소방차라서 모양이 허술(?)하긴 하지만 자기 눈에도 소방차로 보이나봐요. 자기 장난감 소방차도 찾아와서 손에 꼭 쥐고 그 대목을 바라봅니다.
이 책은 제가 아들에게도 읽어주지만, 누나가 동생에게 읽어주는 때가 더 많아요. 읽어줄 때마다 스토리에 조금씩 살이 붙어서 제법 긴 동화책이 되었답니다. 아니, 스토리라기 보다는 주인공 두 명의 대화가 많지요. 듣고 있으면 저도 참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불이 난 장면에서,
여 : 어머나 어떡해, 불이 났쟎아.
남 : 어? 진짜 불났네. 네가 그랬지?
여 : 아니야. 내가 안 그랬어. 내가 그런 증거라도 있어?
남 : 아니면 말구 ㅋㅋ. 아무튼 빨리 불이나 끄자.
여 : 아이구.. 어떡해. 난 무서워. 불냈다고 엄마한테 혼날텐데.. 잉잉 ㅠㅠ
트럭을 타고 가는 장면에선,
남 : 자! 가자! 출발~
여 : 야, 안전속도를 지켜야지. 60이야 60!
남 : 여긴 속도위반해도 안걸려. ㅋㅋㅋ
여 : 넌 안전속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래? 큰일날라구..
남 : 아이구, 잔소리 좀 그만해~~
블럭쌓기로 이렇게 스토리가 있는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제겐 신선하고, 글이 하나도 없어도 아이들에겐 너무나 재미있는 동화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