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이야기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 ㅣ 그림책 보물창고 25
엘리자베트 브라미 글, 얀 나침베네 그림,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는 참 독특하다. 책이 커서 당연히 어린이책일 것이라 오해했고, 제목과 표지그림을 보곤 노인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일 것이라 지레짐작했으나 전부 틀렸다.

'노인은 어떠어떠하단다'를 반복하는 이 책은.. 좋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노인의 모습을 미화하지 않고 솔직한 모습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는 점, 이 점은 의외-많은 책들이 노인을 지혜롭고 넉넉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으니-였고, 그래서 만족스럽다. 쓸데없는 과장이나 억지를 부리지 않은 노인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낸다. 느린 걸음으로 신호등을 건너고, 늘 혼자이고, 누구에게도 전화가 걸려오지 않고, 돈도 없고, 이도 없고.. 그다지 해피(?)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또 그것이 가장 보편적인 노인의 모습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어 슬프다.

작가가 '노인'의 존재를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보여주고자 의도했었던 거라면 성공이다. 해피하지 않은 모습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다소 충격까지 느낄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실상의 파악을 통해 노인을 위해 뭔가 하도록 교훈을 주고자 의도했던 거라면 역시 성공이다. 책을 본 후 곧 리엑션이 나온다. 부모님께 전화드리기...ㅠㅠ

한편, 솔직한 묘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나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분위기가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우울하다.  궁상맞은 노인이 심술 부리듯 불평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하면 너무 심한가? 그래서 최선을 다해 노인들을 사랑하라는 메시지 대신,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메시지만 노인의 심술인 양 들린다.      

내가 너무 차가운 마음의 소유자여서 그럴런지도 모르지만, 나도 결국 노인이 될 것을 아직 절감하지 못해서 그럴런지도 모르지만, 표지그림처럼 책을 두 권이나 더 깔고 앉아 피아노에 키를 맞춘 손자를 바라보며 '내가 너처럼 어렸을 때는 ~~였지. 지금은 ~~지만 말이야. 그래도 지금 ~~하단다.' 라는 이야기를 해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