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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공주 바니 빈
앰버 스튜어트 지음, 레인 말로우 그림 / 예림당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초등생과 2살 아기를 두고 있어서 그 둘을 위한 책을 고를 때 살펴보는 항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내가 고르는 2살 아기의 책은 일단 크기가 큼직하고(때론 작은 것이 좋을 때도 있다) 튼튼해야 하며, 특히 그림의 느낌이 좋고(좋다는 것의 의미는 꽤 다양하게 해석되지만), 글씨의 크기와 이야기의 수준이 그 아이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등.. 그리 까다로운 항목들은 아니어도 '이거다!' 싶은 책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불공주 바니 빈>은 나의 책 고르기 항목들을 거의 만족시키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항목은 '그림'. 주인공 토끼 바니빈은 물론 엄마,아빠,오빠 토끼의 모습이 부드러우면서도 사랑스럽고, 또 숲 속 장면에서 등장하는 크고 작은 동식물들-나비, 벌, 개구리, 달팽이, 다람쥐, 여우 등-의 모습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좋은! 느낌의 등장인물들과 배경 덕분에 단지 토끼만 등장하는 단조로운 그림책이 아닌, 아이(독자)가 훨씬 다양하고 큰 반응을 보이는 장점을 갖는 책이 되었다.
이야기는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언제 어디서나 이불을 갖고 다니는 바니빈이 결국 이불로부터 자유로와진다는, 한 뼘 더 성장하게 된다는 다소 평면적인 이야기. 아기를 키워보면 바니빈처럼 이불을, 또는 다른 어떤 한가지에 강한 집착을 보여 그것을 떼어내느라 고생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 해법은 엄마들마다 나름대로의 비책이 있겠지만 이 책의 이야기처럼 스스로 또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것이 결국 아기가 커가는 계단 하나씩을 스스로 밟고 올라서는 것일 테니. '아기(독자)에겐 좋은 그림의 그림책, 엄마에겐 아기 키우는 방법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으로 평하면 너무 거창할까??
<이불공주 바니빈>은 적어도 아기에게 좋은! 그림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라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