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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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 끓어오를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라며 자신을 다잡았다.

 <100℃>에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의미와 과정을 되돌아봄으로써 오늘날의 온도를 측정해보고자 했다. 비록 지금은 평온한 듯 보이지만 언제 끓어 넘칠지 모르는 휴화산 같은 민심을 되돌아본다.
 우리사회는 지금 몇 도씨인가? 과거 전 씨 형님 때보다야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뜨겁다.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선거철의 구호는 잊혀진지 오래고 국가의 장래보다는 그 순간의 당리당약에 빠져 현실을 외면한다. 경제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민심을 거스르고 자연을 파헤친다. 우리를 둘러싼 화마는 여전히 우리를 뜨겁게 만든다. 

 그림을 지탱했던 사각형의 앵글은 민주주의를 구속했던 감옥처럼 견고해보였다. 하지만 차가운 금속 틀 사이에 꽃을 그려 넣으면서 우리의 사회와 역사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만화라는 친근함을 바탕으로 무겁게만 느껴졌던 과거사를 되새긴다.
 특히 이 책의 첫 의도가 전국 중고등학생에게 배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우리는 국정 교과서에서 다루지 못하는 역사의 이면을 청소년에게 알려줘야 한다.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설계하기에 앞서 한국의 과거를 정확히 묘사해 보여줄 수 있어야겠다. 그 첨병의 한 부분을 이 만화가 담당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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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 단편
신카이 마코토.사하라 미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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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에 대한 강렬한 기억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영화의 원작을 직접 접해볼까 해서였지만 이 책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후 그 후광을 입고 다시 만들어진, 조금은 앞뒤가 바꿔버린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작의 명성을 깎아먹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장 한장 넘어가는 텍스트와 박스 컷을 통해 애니메이션 못지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일단 인터넷에 검색된 책소개를 살펴보면,
 "2002년 발표되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세계적 명성과 상업적 성공을 안겨준 단편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를 만화로 만난다. 2046년의 지구, 미지의 지적 생명체가 발견된 이래 지구는 정기적인 탐사대를 우주로 보내고 있다. 노보루와 같은 반 친구 미카코도 탐사대에 선발되어 우주로 떠난다. 두 사람을 잇는 것은 짧은 핸드폰 메일 뿐이다. 미카코가 우주 저 멀리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메시지가 도착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제 메일이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8년 7개월. 별의 거리만큼이나 아득한 두 사람의 거리." (네이버 책)

 이 만화 역시 영화적 기법을 충실히 따라간다. 우주와 지구사이의 엇갈린 시간, 이성에 대한 애틋함, 자신의 존재가 잊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느리게 오고간다. 섬세한 묘사와 적당한 생략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어디서 들려올지 모르는 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여운이 책장을 무겁게 했다. 사하라 미즈의 감각적인 그림은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다. <별의 목소리>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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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이어 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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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망토를 두른 고뇌하는 영웅, 배트맨. 그 화려한 서막이 시작되었다. 1939년 출판된 배트맨을 80년대 중반부터 새롭게 해석해 재창조한 작품으로 <배트맨 비긴즈>, <슈퍼맨 리턴즈>, <엑스맨 탄생>와 같이 최근 유행처럼 되어버린 영웅들의 시작을 그리고 있다.
 물론 그 전에는 배트맨의 원작만화를 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읽고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단순히 만화라고하기엔 그 깊이가 남달랐다. 배트맨이 갖고 있던 이중성도 그렇고 지면을 통해 펼쳐지는 그림이 느낌도 색달랐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영화를 통해 익히 들어온 것이었지만 종이 위에 펼쳐지는 아날로그 화면은 기존의 싸구려 만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물론 평소 만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만화의 테두리에서는 대단히 혁신적인 화면 전개였다.
 몇 가지 사건을 동시다발적으로 그려나가거나 뉴스의 아나운서를 통해 사건을 전달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거칠게 그려진 그림은 유명화가들이 그렸다는 캐리커처를 보는 듯 역동적이었고 사각의 틀을 넘나드는 총천연색의 그림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종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번 작품은 말 그대로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트맨 초기의 상황과 고담시의 제임스 고든 부서장과 배트맨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캣우먼과 덴트 하비 검사(훗날 투페이스라는 이름의 악당)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하드커버와 속지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배트맨의 시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겠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실제 미국에서는 좀 더 가볍고 서민적인 판본으로 나왔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명품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이 만화의 명품 유무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몫인데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장삿속과 맞물려 지나치게 럭셔리해졌다.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된 만화라는 장르를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사대주의와 상업성이 맞물려 엉뚱하게 뒤틀려 버린 것은 아닐까도 생각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나 B급 문화의 고급스런 부활을 보자니, 서민들의 영웅인 동시에 어둠의 일면도 갖고 있는 배트맨의 이중성과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한 눈에 보여주는 현대인의 캐릭터가 아닐까
  공익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온갖 부정을 포장하고, 직장에서의 결속을 강조하지만 몇 푼의 성과급에 마음이 상한다. 맞으면서 크는 게 아이라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는 때리는 입장이었으면 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이 바로 우리들 속에 있는 배트맨은 아닐까. 정의를 위해 일한다지만 이 또한 자신의 복수욕과 욕구 해소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배트맨, 검은 망토 속에 가려진 그의 고뇌가 심상찮다.


배트맨 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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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from 프요일, 연필 한다스의 책담기 2010-04-01 07:05 
    우리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자신의 무능력이 아니라 우리 안에 들어있는 강한 힘이다. 이 힘은 우리 자신도 알 수 없을 정도로매우 강하다. ..우리는 스스로 물을 때 나는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찬란하고, 아름답고, 재능많고 멋진가라고 묻는다. 그런데 현실에서 물을 때에는 당신이 누구이기에 그렇지 '못한가'라고 묻는다. 당신은 하나님의 자녀다. 당신이 시시하게 놀기만 한다면 이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변 사람이 불안하지 않도록 움츠려 있어봐야..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 전2권 세트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지음 / 세미콜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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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다크나이트 리턴즈!
지천명(50)을 코앞에 둔 배트맨의 힘겨운 컴백기!
 

정의의 사도인가?
정의를 빙자한 폭도인가?

배트맨이 은퇴하고 자취를 감추길 10년,
범죄로 들끓던 고담 시에 검은 복면의 배트맨이 컴백한다.
늙어버린 육체는 생각만큼 말을 듣지 않고, 강력해진 적을 막기에는 힘이 부친다.
하지만 그의 존재에 대한 엇갈리는 평판 속에도 돌연변이파와의 혈투를 계속한다.
막대한 부와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적과 맞선다.

폭력을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모순된 상황,
법적 절차를 무시한 직접적인 처벌과 이에 질세라 이어지는 적의 보복.
더 강한 응징을 바라는 시민이 있는 반면,
피가 피를 부르는 악순환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도 생겨났다...

배트맨은 악을 응징하는 천사의 모습인가. 아니면,
응징을 빙자해 폭력을 정당화하는 악마의 모습인가?

끊임없는 질문들이 사각형 컷 안에 살아 움직인다.
거칠게 움직이는 배트맨의 몸짓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화처럼 생동감 있다.
책이라는 텍스트를 뛰어넘는 뛰어난 작화법이 돋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진 않다.
미국의 이슈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생소함,
- 큰 흐름은 알겠으나 세세한 흐름은 해독 불가능! 약간의 부연설명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으면 좋았으리라.
현란하고 다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텍스트.
- 원작자의 스타일인지 번역상의 오류인지, 툭툭 끊어지는 스토리가 배트맨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으리라.

배트맨의 노년을 그린 한편의 만화로 '배트맨'에 중독된 느낌이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히어로, 배트맨.
다른 배트맨 시리즈를 만나봐야겠다.


배트맨 vs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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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광수생각
박광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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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세간에선 처자식을 버리고 젊은 여자와 놀아난 나쁜 놈이라 불렀다...

이혼과 재혼에서 오는 사회적 비판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인지 자신의 야사시한 생각이 사회에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인지 제목부터가 ‘나쁜’ 책이다.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문구처럼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글과 삽화로 가득하다. 물론 간간히 기발하고 의미심장한 글이 보이지만 그저 그런 십 원짜리 농담따먹기에 가려 빛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화장실용 책이랄까.
좌변기에 앉아 멍하게 힘(?)만 쓰기 뭣할 때 훑어볼만하지만 다른 식구들이 볼까 변기 뒤에 그대로 두고 나오기도 뭣한 책 or 편의점에서 사서 보기엔 조금 비싼 책...

# 1
“너무 어려운 책만 보는 거 아니에요?”라는 친구의 말과 함께 선물 받은 책이라 너무 혹평을 하는 건 아닌지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광수씨가 말했듯이 ‘나쁜’ 책이 아니던가. 그도 아마 이런 나쁜(?) 생각들을 이해하리라....

# 2
이것도 일종의 ‘문화사대주의’일까?
이름 있는 작가의 양장본 책에서는 뭔가 그럴듯한 의미와 주제를 찾으려 하면서도 이런 비주류의 책에선 “뭐, 이런 책들이야 뻔-하지”라며 스스로 담을 쌓으며 은근히 무시하는 건 아닐까......

# 3
욕! 너무 많이 남발하는 건 아닐까? 세상이 아무리 [삐-] [삐-]같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욕! 적당히 합시다! [삐...]

# 4
섹스를 얘기한다면 솔직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솔직하다고 모두가 섹스만 얘기하진 않는다...

성만생각.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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