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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 때론 삶이 서툴고 버거운 당신을 위한 110가지 마음 연습
서천석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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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따뜻함이 내 마음을 감싸옴을 느꼈다. 이력을 보니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공부하고 소아과 전문의 그리고 전문 상담가로 활동하는 분이였다. 이 책은 라디오 <서천석의 마음연구소>에서 상담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러한 모음집을 선호하지 않는 나로써 이책을 처음 받았을 때 단편적인 내용의 모음집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아니 짧은 글안에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편안했다. 저자가 라디오에서 상담한 것이니 구어체로 그리고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상담한 내용이니 글이 편안하고 제목 그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려는 배려심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다그치거나 가르치는 내용없이 가장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말하려고 하는 부분에서 매우 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따뜻함이였다. 아픔을 감싸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어쩔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깊이 알고 있는 저자의 깊은 지식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단지 여기까지 였다면 그냥 한번의 위로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진가는 여기가 아니라 정신분석적인 지식과 날카로운 현실의식의 조화에서 오는 촌철살인 것은 통찰에 있었다.

 

한꼭지 한꼭지 마다 나오는 깊은 지식과 통찰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단순히 따뜻한 감정이 아니라 삶의 어려운 문제점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쳐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로운 해법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매우 좋았다. 마음을 읽고 상대방을 공감하며 따뜻한 목소리로 위로하고 단지 그에 그치지 않고 부드러운 카운슬링과 촌철살인적인 문장을 아프지 않게 폐부를 도려내는 날카로운 메스와도 같았지만 전혀 위협적이거나 무섭지 않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그러한 따뜻한 지혜의 메스였다. 요즘은 이러한 따뜻한 메스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터넷이나 뉴스를 보면 모든 지면을 장식하는 듯한 살인과 폭력과 사기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며 사람들의 마음의 얼마나 상해있고 지쳐있고 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따뜻함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위로하는 위로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지금 시대는 깨어진 사람들의 깨어진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찌르는 아픔의 시대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요즘 온통 ‘힐링’이 유행이다. 여기저서 ‘힐링’이라는 말이 넘친다. 한 시대의 화두가 되는 말은 거의 그 시대의 반영이다. 힘들고 팍팍한 삶에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고 기대어야 한다.

 

이러한 아픔의 시대에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은 한없이 따뜻하고 한없이 지혜로우며 폐부를 헤치는 따뜻한 지식을 가진 주치의를 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빨리 읽지 않았다. 한꼭지 한꼭지씩을 읽으며 그 글이 주는 여운을 삼키고 음미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그렇게 천천히 읽어나갔다. 조금씩 스며드는 서천석의 위로에 내 마음을 힘을 얻고 또 조금씩 잔근육들이 생겨 이길 수 있는 내성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거친 세상, 아픈 마음, 상처난 사람들..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상처를 주는 마음..그 누군가 그 마음에 토닥여주고 위로해 줄 때 사람들은 마음의 빗장을 풀고, 자기방어를 벗어나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제목 그대로이다. 마음 읽는 시간..내 마음이 읽히고 또 읽을 수 있는 시간,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렇게 내 마음이 따뜻함으로 물들어 감을 느꼈다. 책도 이쁜 일러스트와 편집과 표지로 내용의 따뜻함을 더욱 더 잘 전달해주는 매개가 되었다. 한마디로 이쁘고 따뜻한 책이였다.

 

위로는 상대방에게 내 시간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아무 말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충분히 옆에 머물며, 당신이 내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간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 위로입니다.

어떤 보상이 없더라도, 당장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해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시간을 기꺼이 쓰겠다는 마음이

상대를 위로해 줍니다.

모든 것이 계산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이기에

이처럼 계산없이 주는 마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런 위로이기에 시간을 이기고

오래 남을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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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만찬 1인분 요리 - 쉽다, 맛있다, 남지 않는다
김민희 지음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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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치 생활을 오래했다. 고등학교 졸업이후 줄곧 객지 생활을 했으니 결혼하기 전까지 거의 15년 정도를 자취생활을 했다. 처음에 학교 동기들과 자취를 했을 때 남자 3명이서 무엇을 할수 있었겠는가? 그저 먹는 것이라고는 밖에서 사먹고 집에와서는 김치찌개를 끊이는데 김치를 넣고 끓여서 간맞추기 위해서 소금 뿌리는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도 하고 추억에 서려잇기도 하다. 그 이후에도 이러한 사정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던 것 같다. 혼자 자취할때는 밥해서 밑반찬을 사서 상도 펴지 않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그냥 끼니만 대충 때웠던 기억이 난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혼자서 무슨 요리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고 그냥 대충 한끼를 떼우는 식이였다. 그때 내가 음식을 하지 못했던 것은 요리라는 것이 어떤 주부들이 할수 있는 대단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였다. 어떤 간단한 레시피만 있으면 할수 있는 요리책같은 것이 있었으면 나도 한번 거창하지는 않지만 오래동안 홀로 자취했던 가련한(?) 나를 위한 만찬정도는 마련할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 <나를 위한 만찬 1인분 요리>는 정말로 오래전 나와 같이 홀로 자취하는 남자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표지가 매우 정갈하고 깔끔하고 요리도 매우 깔끔하다. 책을 펼쳐보니 복잡한 요리 레시피가 아니라 6줄 이내로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면서도 매우 먹음직한 음식이 완성되게 하는 훌륭한 남자들을 위한 요리책이다. 보니까 재료만 마트에서 사다가 살짝 가공해서 먹을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소시지 김치볶음밥 같은 경우 소시지를 사서 칼집을 내고 김치를 썰어서 밥에 얻고 약간의 간을 보면 완성되는 정도이다. 이정도면 혼자를 위한 밥상치고는 꽤 괜찮은 요리가 아니겠는가?

 

혼자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가 7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특히 나는 두 번째 파트 10분만에 완성하는 밥반찬이 가장 유용하였다. 혼자 살 때 가장 유용한 것이 바로 밑반찬이다. 반찬만 있으면 밥을 하고 바로 한끼를 해결할수 있어서 좋다. 두 번째 파트 10분만에 완성하는 밥반찬에는 두부조림, 간단한 김치, 그리고 심지어 장조림까지 내가 좋하는 반찬들이 많이 있어서 유익했다. 지금은 결혼을 하고 혼자 밥을 차려 먹을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간혹 혼자 있을 경우 한번쯤 나를 위한 요리에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좋은 요리책인 것 같다.

 

먹는 다는 것은 이제 단순히 생존을 떠나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제는 아무거나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좋은 것, 그것도 좋은 재료를 가지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의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몇 개의 요리책을 사기도 했지만 실제로 만들어본 것은 단지 한두번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이지 내가 먹고 싶은 몇 개의 요리를 선정해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한다. 요리하는 남자로 만들어주는 <나를 위한 만찬 1인분 요리>는 만약 아는 지인중에 자취를 해야하는 남자가 있다면 반드시 소개시켜 주고 싶은 요리책이다.

 

아무렇게나 먹지말고 기본적으로 제대로 갖춰서 자신을 위한 식사시간이 될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물하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부터 완성까지 쉽고 심플하며 내가 만들기에 안전하고, 스마트하기 까지한 요리. 바로 오직 나만을 위한 따뜻한 집밥을 만드는 120개의 레시피. 작고 귀엽고 유용한 요리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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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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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웃긴 사진관>, 제목이 참 참신하면서도 종교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다. 불교 스님 아잔 브람이 쓴 책이다. 저자는 영국인이며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이다. 그리고 그는 기독교인이였다가 불교도가 된, 그것도 수행하는 스님이 된 매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지만 타종교를 근본적으로 배척하는 전투적 근본주의자는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종교가 결국은 가는 길이 똑같다고 말하는 자유주의적 종교다원론자도 아니다. 종교적인 색깔이 빠진 자연주의적이며 에세이적인 성격의 글들은 읽고 많은 도움과 감동은 받는 편이다. 우리나라 무소유의 스님으로 유명한 법정스님의 책은 내가 매우 즐겨 읽고 많은 감동을 받은 책이였다. 한주동안 휴가기간에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법정스님의 책 한권만을 가지고 들어가서 그것을 읽고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불교적인 색채를 띠어도 자연주의적 영성과 일반적인 수행의 전통을 쉽게 풀어쓴 에세이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아잔 브람 스님이 쓴 이 책 <슬프고 웃긴 사진관>도 딱 이런 느낌의 책이다.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짙은 종교성이 없어서 좋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일반적인 에세이라서 좋았다. 아마도 저자나 영국에서 이미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이며 타종교의 전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종교적인 색채가 상당부분 빠져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초청받아 행했던 법문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이 책에는 서른 여덟 개의 짧은 글이 있다. 이것은 인생의 서른 여덟장의 스냅사진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도 종교적인 색채가 아니라 비유적인 감각으로 표현해서 좋았다. 우리네 인생중에 어디서나 경험할 수 있고 부딪힐 수 있는 삶의 문제들을 사진으로 포착해서 찍힌 인생의 그 서른여덟장의 스냅사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쾌하고 즐거운 구술로 풀어내고 있다. 스님의 책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삶에서 충분히 작은 수행을 할수 있는 소소한 삶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부담되지 않고 웃으면서 삶의 지혜를 들을수 있는 느낌이였다.

 

깊이 있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잠깐의 생각을 바꾸어주어서 소소한 행복과 기분전환을 느끼는 페이소스와 같은 내용이지만 유쾌함과 유머를 잃지 않아서 꽤나 설득력이 있고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첫 번째 인생사진에서부터 이 책이 어떠한 내용으로 서술되어 있는 것인지 알기에 충분하다. 첫 번째 인생사진의 제목은 ‘한 대맞으면 한번 웃음을 터뜨려라’이다. 사람이 누구에게 맞았을 때 아니면 실수로 물리적인 타격을 입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증을 느끼며 불쾌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아니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런데 아잔 브람 스님은 바로 누구나 느끼는 그러한 불쾌한 느낌과 감정에 대해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연습하였다. 그것은 바로 한번 맞거나 통증을 느끼면 바로 한번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어찌보면 유치하고 단순히 자기체면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효과는 즉각적이며 유쾌할 것 같았다. 나도 스스로 한번 해보았다. 기분이 나쁘면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거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웃고 괜찮아, 라고 말하면서 가볍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랬더니 실제로 통증이나 불쾌한 느낌도 많이 상쇄되었고 오히려 그러한 순간을 즐길수 있기 까지했다.

 

이러한 종류의 글들이 서른 여덟 개의 이야기 전부이다. 가볍게 그렇지만 유치하지 않게, 짧지만 촌철살인같은, 삶의 무게는 가볍게 만들어주는 통퉁튀는 듯한 생각의 전환과 유머는 이 책이 단순한 삶의 처제 정도가 아니라 인생을 좀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즉석 레시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이 요즘 얼마나 팍팍하고 어려운가. 많은 사람들의 사건, 사고와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무겁게 만든다. 취업은 어렵고 소시민들의 경제생활을 힘들다. 바로 이러한 삶의 현장에서 저자 아잔 브람 스님이 들려주는 일상에서 찍은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삶의 무게에 치이지 않고 아파도 한번 씩 웃어주면 다시 일어설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러한 힘을 제공해 주고 있다. 약간의 변화가 큰변화를 일으킨다. 이 책은 삶을 바라보는 약간의 시선의 변화를 통해서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조금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특정 종교의 교리내용 해설이 아니라 일상의 수행자들이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서 살짝 살짝 유쾌하게고 반응하므로 삶이 주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즐겁고 유익한 책이다. 종교는 저 멀리 있는 초월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종교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즐겁게 보여준 책이다.

 

여러분 스스로에 대해 미소 짓고, 삶에 웃음을 터뜨리십시오. 우리는 너무 오래 피로함과 함게 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최고의 치료약은 웃음을 터트리고 또 웃음을 터트리고, 또 웃음을 터트리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웃으면, 다른 사람들도 여러분에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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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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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이한 소설이다. 평소에 소설을 즐겨보지 않지만 이 책은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열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프리랜서 기자로 틈틈이 이 소설을 썼고 일년후에 발견되어 빛을 보게되었다고 한다. 기자출신답게 소설을 경쾌하고 문장은 분명하게 잘 읽힌다. 뭔가 생각할 거리를 독자앞에 던져주고 열린 응답을 기대하는 저널리즘의 반대점에 서있는 듯한 소설이다. 분명하지 않는 결론, 하지만 분명한 문체와 인물들, 이러한 것들은 열린 우리네 인생에 각자의 생각에 따라 삶의 가치가 정해지는 듯한 모호함과 분명함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25살의 빛나는 시기에 맬컴 애드는 자신의 생일을 기점으로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뭔가 개성있고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했던 맬컴 애드는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25살이후로 침대에서 어머니에게 사육(?)되기 시작한다. 분명치는 않지만 맬컴 애드는 똑같이 결혼하고 똑같이 자식을 기르고 융자를 갚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삶에 의문과 회의를 던지는 것이 유일한 단서가 될뿐 그가 왜 침대에 들어가 20년간 나오지 않았는지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는 않는다. 맬컴의 행동은 분명히 기이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이지만 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는 그런 그를 헌신적으로 돌보며 만족을 느끼는 그의 어머니이다. 침대에 누워만 있는 아들 맬컴 애드에게 음식을 갖다 바치며 몸이 비대해져가는 형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어머니는 비정상적이고 뒤틀린 사랑의 전형이라고 할 수있다. 635킬로까지 되어 더 이상 밖으로 나갈래야 나갈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어머니와 아들의 이 비정상적인 행위가 소설에서는 무덤덤하게 정상적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정상와 비정상의 전도하는 방법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묻는 작가의 물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사랑에 대비해서 맬컴 애드의 여자친구인 루는 정상적이고 성숙하기 까지한 맬컴의 어머니와는 대조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기이한 형을 사랑하는 루를 향해 남모르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화자 '나'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어쩌면 '익명'의 화자라고 할수 있다. 나는 가족의 이야기에서 언제나 수동적인 청자이자 조연이고 가족에서 형은 언제나 주인공인데 그것을 늘 부러움과 경이로움으로 쳐다보게 된다. 맬컴 애드로 인해 가족은 점점 망가지고 자신들의 삶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침 20년후 맬컴 애드가 자신의 거대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붕을 부수고 기중기로 끌여올려진 맬컴 애드는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꼬라박은 가해자(?)임에도 언제나 당당하다. 이런 형에 대해서 '나'는 형 맬컴 애드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런게 진짜 삶이야? 우리 중 누구도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 않아. 형은 엄마를 노예로 만들었고, 아버지를 은둔자로 만들었어. 루는 내가 원한 전부였어. 그런데 형 때문에 영원히 못가질 뻔했지.

 

이런 동생의 물음에 형 맬컴 애드는 뻔뻔하리만큼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엄마에게 누군가를 이십년 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렸어. 내가 엄마를 살게 한거야

 

이런 불합리하고 부조리까지 한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삶의 아이러니, 삶의 비합리성, 삶의 의문,, 작가는 정답을 던지지 않는다..특별한 결론도 없다. 이한나 느낌은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의 결론과 비슷하다. 끝까지 읽어도 답은 없고 허무하고 뭔가 미궁에 빠진 모습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화이트 하우스도 또한 우리에게 나쓰메 소세키와 마찬가지로 삶은 때로는 미궁에 빠지게 하는 미로와 같고, 때로는 불합리하며, 때로는 부조리까지 한 우리의 손에 잡힐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삶의 희미한 형상 앞에 당신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고 진지한 물음을 오히려 던지는 작가의 반전이 보여지는 듯하다.

 

모든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방쳐놓는 이기적이고 뻔뻔한 맬컴 애드, 이러한 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는 매저키즘적인 어머니, 가장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그러나 그러한 상식적인 루도 비정상적인 맬컴 애드를 사랑하는 역설적인 인물, 이름도 갖지 못한 소설속의 피해자 '나'는 제각각의 삶속에서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벼랑에서 바위를 굴리고 내려와 그것을 굴려 올려 다시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는 부조리한 삶의 역설을 비쳐보여주는 인물들이 아닐까..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읽지도 않는데 이 책 <침대>는 묘하게 매력적이다. 문체의 분명함과 주제의 모호함이 삶의 부조화를 말해주듯 말이다. 어쨌든 읽어볼만한 매력있는 소설임에는 적어도 나에게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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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vs 화가 - 사랑과 우정, 증오의 이름으로 얽힌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
허나영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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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엇 vs 무엇>이 새로운 출판기획의 시도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김영사에서 지식인 마을 시리즈로 출판되는 100권의 책도 바로 사상적으로 계승적 관계이거나 대립적 관계에 있는 두명의 지식인들을 대립시켜 그들의 사상의 배경이 되는 삶을 이야기 해줌으로 그 사상이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출판기획을 통해 전문가들의 소유물이였던 전문지식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도 이러한 기획의도와 같고 또 이 책 <화가 vs 화가> 또한 같은 맥락에서의 기획의도를 가지는 것 같다.

 

이렇게 두사람을 대비시켜 놓는 것은 몇가지 분명한 장점이 있다. 첫째 작가들의 사상이나 예술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삶을, 대비되는 인물을 통해서 더욱 부각시키므로 사상이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배경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둘째 예술가들이 누구의 영향을 받아서 어떻게 그것을 계승했는지 예술사의 흐름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야기 중심으로 되어있어서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게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화가 vs 화가>는 22명의 화가들이 세가지 분류로 나누어 두명씩 대비시키고 있다.

 

친구, 변치 않는 우정의 예술 동업자들

에두하르 마네 vs 클로드 모네

구스타프 클림트 vs 에곤 쉴레

바실리 칸딘스키 vs 파울 클레

백남준 vs 요셉 보이스

 

라이벌, 치열한 경쟁자들의 이름

기베르티 vs 브루넬레스키

레오나르도 다 빈치 vs 미켈란젤로

빈센트 반 고흐 vs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 vs 앙리 마티스

 

연인, 영혼을 태우는 사랑의 포로들

오귀스트 로댕 vs 까미유 끌로델

디에고 리베라 vs 프리다 칼로

운보 김기창 vs 우향 박래현

 

이들이 모두가 흥미있고 예술을 사랑하고 많은 부분에서 배울만한 사람들이지만 나에게 특별히 관심을 끄는 인물들은 바실리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음악을 사랑한 미술가였고 음악을 미술로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미술보다 음악의 예술적 가치를 좀더 높게 평가하는 나에게 음악과 미술을 서로 연결하고자 하는 두 사람의 시도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는 모두가 음악에 조예가 깊었고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칸딘스키는 다방면에 걸쳐 재능이 있었고 자신의 예술 이론서를 집필하는 매우 뛰어난 화가였다. 그는 그 당시 굉장히 파격적인 음악을 시도했던 쇤베르키의 음악에 대한 인상을 그림으로 남겼다. 칸딘스키는 음악에 통해 받은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파울 클레 또한 고전음악에 심취한 음악 매니아로 바흐의 음악을 듣고 그 느낌을 옮긴 <바흐의 스타일로>로 유명하다. 파울 클레의 그림은 밝은 색을 써서 화려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형상을 파괴하고 자신이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을 재배치하여 그리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파울 클레의 그림은 따뜻하고 기하학적이다.

 

나는 그림을 잘모른다. 하지만 예술이라는 것이 인류 문화의 꽃으로 인간에게 풍성함과 기름짐을 남겨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이 예술을 감상하고 소비하므로 좀더 풍성한 인간이 되고 풍성한 삶을 누리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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