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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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웃긴 사진관>, 제목이 참 참신하면서도 종교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다. 불교 스님 아잔 브람이 쓴 책이다. 저자는 영국인이며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이다. 그리고 그는 기독교인이였다가 불교도가 된, 그것도 수행하는 스님이 된 매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지만 타종교를 근본적으로 배척하는 전투적 근본주의자는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종교가 결국은 가는 길이 똑같다고 말하는 자유주의적 종교다원론자도 아니다. 종교적인 색깔이 빠진 자연주의적이며 에세이적인 성격의 글들은 읽고 많은 도움과 감동은 받는 편이다. 우리나라 무소유의 스님으로 유명한 법정스님의 책은 내가 매우 즐겨 읽고 많은 감동을 받은 책이였다. 한주동안 휴가기간에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 법정스님의 책 한권만을 가지고 들어가서 그것을 읽고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불교적인 색채를 띠어도 자연주의적 영성과 일반적인 수행의 전통을 쉽게 풀어쓴 에세이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아잔 브람 스님이 쓴 이 책 <슬프고 웃긴 사진관>도 딱 이런 느낌의 책이다.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짙은 종교성이 없어서 좋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일반적인 에세이라서 좋았다. 아마도 저자나 영국에서 이미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이며 타종교의 전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종교적인 색채가 상당부분 빠져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초청받아 행했던 법문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이 책에는 서른 여덟 개의 짧은 글이 있다. 이것은 인생의 서른 여덟장의 스냅사진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도 종교적인 색채가 아니라 비유적인 감각으로 표현해서 좋았다. 우리네 인생중에 어디서나 경험할 수 있고 부딪힐 수 있는 삶의 문제들을 사진으로 포착해서 찍힌 인생의 그 서른여덟장의 스냅사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쾌하고 즐거운 구술로 풀어내고 있다. 스님의 책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삶에서 충분히 작은 수행을 할수 있는 소소한 삶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부담되지 않고 웃으면서 삶의 지혜를 들을수 있는 느낌이였다.

 

깊이 있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잠깐의 생각을 바꾸어주어서 소소한 행복과 기분전환을 느끼는 페이소스와 같은 내용이지만 유쾌함과 유머를 잃지 않아서 꽤나 설득력이 있고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첫 번째 인생사진에서부터 이 책이 어떠한 내용으로 서술되어 있는 것인지 알기에 충분하다. 첫 번째 인생사진의 제목은 ‘한 대맞으면 한번 웃음을 터뜨려라’이다. 사람이 누구에게 맞았을 때 아니면 실수로 물리적인 타격을 입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증을 느끼며 불쾌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아니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런데 아잔 브람 스님은 바로 누구나 느끼는 그러한 불쾌한 느낌과 감정에 대해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연습하였다. 그것은 바로 한번 맞거나 통증을 느끼면 바로 한번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어찌보면 유치하고 단순히 자기체면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 효과는 즉각적이며 유쾌할 것 같았다. 나도 스스로 한번 해보았다. 기분이 나쁘면 그것을 그대로 표현하거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웃고 괜찮아, 라고 말하면서 가볍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랬더니 실제로 통증이나 불쾌한 느낌도 많이 상쇄되었고 오히려 그러한 순간을 즐길수 있기 까지했다.

 

이러한 종류의 글들이 서른 여덟 개의 이야기 전부이다. 가볍게 그렇지만 유치하지 않게, 짧지만 촌철살인같은, 삶의 무게는 가볍게 만들어주는 통퉁튀는 듯한 생각의 전환과 유머는 이 책이 단순한 삶의 처제 정도가 아니라 인생을 좀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즉석 레시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인생이 요즘 얼마나 팍팍하고 어려운가. 많은 사람들의 사건, 사고와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무겁게 만든다. 취업은 어렵고 소시민들의 경제생활을 힘들다. 바로 이러한 삶의 현장에서 저자 아잔 브람 스님이 들려주는 일상에서 찍은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삶의 무게에 치이지 않고 아파도 한번 씩 웃어주면 다시 일어설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러한 힘을 제공해 주고 있다. 약간의 변화가 큰변화를 일으킨다. 이 책은 삶을 바라보는 약간의 시선의 변화를 통해서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조금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특정 종교의 교리내용 해설이 아니라 일상의 수행자들이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서 살짝 살짝 유쾌하게고 반응하므로 삶이 주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즐겁고 유익한 책이다. 종교는 저 멀리 있는 초월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종교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즐겁게 보여준 책이다.

 

여러분 스스로에 대해 미소 짓고, 삶에 웃음을 터뜨리십시오. 우리는 너무 오래 피로함과 함게 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최고의 치료약은 웃음을 터트리고 또 웃음을 터트리고, 또 웃음을 터트리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웃으면, 다른 사람들도 여러분에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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