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특이한 소설이다. 평소에 소설을 즐겨보지 않지만 이 책은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열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프리랜서 기자로 틈틈이 이 소설을 썼고 일년후에 발견되어 빛을 보게되었다고 한다. 기자출신답게 소설을 경쾌하고 문장은 분명하게 잘 읽힌다. 뭔가 생각할 거리를 독자앞에 던져주고 열린 응답을 기대하는 저널리즘의 반대점에 서있는 듯한 소설이다. 분명하지 않는 결론, 하지만 분명한 문체와 인물들, 이러한 것들은 열린 우리네 인생에 각자의 생각에 따라 삶의 가치가 정해지는 듯한 모호함과 분명함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소설이다.

 

25살의 빛나는 시기에 맬컴 애드는 자신의 생일을 기점으로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뭔가 개성있고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했던 맬컴 애드는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25살이후로 침대에서 어머니에게 사육(?)되기 시작한다. 분명치는 않지만 맬컴 애드는 똑같이 결혼하고 똑같이 자식을 기르고 융자를 갚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삶에 의문과 회의를 던지는 것이 유일한 단서가 될뿐 그가 왜 침대에 들어가 20년간 나오지 않았는지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는 않는다. 맬컴의 행동은 분명히 기이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이지만 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는 그런 그를 헌신적으로 돌보며 만족을 느끼는 그의 어머니이다. 침대에 누워만 있는 아들 맬컴 애드에게 음식을 갖다 바치며 몸이 비대해져가는 형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어머니는 비정상적이고 뒤틀린 사랑의 전형이라고 할 수있다. 635킬로까지 되어 더 이상 밖으로 나갈래야 나갈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어머니와 아들의 이 비정상적인 행위가 소설에서는 무덤덤하게 정상적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정상와 비정상의 전도하는 방법으로 삶의 아이러니를 묻는 작가의 물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사랑에 대비해서 맬컴 애드의 여자친구인 루는 정상적이고 성숙하기 까지한 맬컴의 어머니와는 대조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기이한 형을 사랑하는 루를 향해 남모르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화자 '나'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어쩌면 '익명'의 화자라고 할수 있다. 나는 가족의 이야기에서 언제나 수동적인 청자이자 조연이고 가족에서 형은 언제나 주인공인데 그것을 늘 부러움과 경이로움으로 쳐다보게 된다. 맬컴 애드로 인해 가족은 점점 망가지고 자신들의 삶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침 20년후 맬컴 애드가 자신의 거대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붕을 부수고 기중기로 끌여올려진 맬컴 애드는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꼬라박은 가해자(?)임에도 언제나 당당하다. 이런 형에 대해서 '나'는 형 맬컴 애드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런게 진짜 삶이야? 우리 중 누구도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지 않아. 형은 엄마를 노예로 만들었고, 아버지를 은둔자로 만들었어. 루는 내가 원한 전부였어. 그런데 형 때문에 영원히 못가질 뻔했지.

 

이런 동생의 물음에 형 맬컴 애드는 뻔뻔하리만큼 당당하게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엄마에게 누군가를 이십년 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렸어. 내가 엄마를 살게 한거야

 

이런 불합리하고 부조리까지 한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삶의 아이러니, 삶의 비합리성, 삶의 의문,, 작가는 정답을 던지지 않는다..특별한 결론도 없다. 이한나 느낌은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의 결론과 비슷하다. 끝까지 읽어도 답은 없고 허무하고 뭔가 미궁에 빠진 모습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화이트 하우스도 또한 우리에게 나쓰메 소세키와 마찬가지로 삶은 때로는 미궁에 빠지게 하는 미로와 같고, 때로는 불합리하며, 때로는 부조리까지 한 우리의 손에 잡힐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삶의 희미한 형상 앞에 당신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고 진지한 물음을 오히려 던지는 작가의 반전이 보여지는 듯하다.

 

모든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방쳐놓는 이기적이고 뻔뻔한 맬컴 애드, 이러한 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는 매저키즘적인 어머니, 가장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그러나 그러한 상식적인 루도 비정상적인 맬컴 애드를 사랑하는 역설적인 인물, 이름도 갖지 못한 소설속의 피해자 '나'는 제각각의 삶속에서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벼랑에서 바위를 굴리고 내려와 그것을 굴려 올려 다시 떨어뜨리기를 반복하는 부조리한 삶의 역설을 비쳐보여주는 인물들이 아닐까..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읽지도 않는데 이 책 <침대>는 묘하게 매력적이다. 문체의 분명함과 주제의 모호함이 삶의 부조화를 말해주듯 말이다. 어쨌든 읽어볼만한 매력있는 소설임에는 적어도 나에게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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