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록 - 꿈속 이야기로 되살아난 기억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정녀 지음, 이수진 그림 / 현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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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시름 꿈 속에서나 잊을까...[몽유록]

 

 

 

어른이 되어서 고전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일부러 찾아 읽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위대한 개츠비]나 [안나 카레니나] 등의 인기에 힘입어 서양고전은 간혹 집어든 기억이 있으나 특히나 우리 고전에 대하여서는 등한시 한 게 사실이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은 우리 고전인데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나 얻어들은 고전들의 제목은 기억이 나지만 정작 그 자세한 이야기들을 찾아 읽지는 않았다.

[춘향전], [사씨남정기] 등의 소설도 재미있지만 간혹 읽은 단편적인 작품들 중에 [국순전], [죽부인전] 등의 가전체 소설도 독특한 '의인화'로 지루한 국어 시간을 견디게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몽유록은 말 그대로 꿈 속에서 있었던 일을 서술한 것인데 '탁몽서사'의 성격을 띠고 있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서술자가 하고자 하는 바를 말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고단하고 시름 많은 세상 일들을 꿈 속에서나마 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구운몽]이나 [조신전] 처럼  정말 "꿈 같은 이야기였다." 로  끝나는 이야기에서 몽유록은 점점 발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조선 전기 붕당의 정치적 갈등에서부터 조선 중기 임진왜란, 병자호란 같은 국난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역사 현실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발현된 작품들이 등장한다.

현암사에서 펴낸 [몽유록]에는 각기 다른 4편의 개성 있는 몽유록들이 등장한다.

 

 

이들 소설을 읽기에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바로 한문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몽유록]에서는 현대인이 읽기에 편하게 고쳐 썼으며 낯선 한자어가 등장할 때마다 주를 달아 읽는 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였다.

더불어 곁들여진 그림도 민화풍으로 다가가기 쉽게 되어 있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각 작품의 전공 학자들이 참여하여 판본 선정과 내용 고증에 정성을 쏟았다 하니 더욱 믿을만 하다.

 원전의 내용과 언어 감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글맛을 살리기 위해 여러 차례 윤문을 거친 결과,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어렵게 달리다가 시원하게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오신화] 이후 이를 계승하여 본격적인 몽유록으로 손꼽히는 임제의 <원생몽유록> 은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몽유에서 벗어나 사회비판적인 사실적 세계를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실존 인물이지만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새로운 개성을 입고 태어났다.

세상시름을 잊으려고 꿈에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아닌 말로 작정하고 꿈 속에서 크게 한 번 "질러 보리라"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대관재기몽>은 조선 중종 때 심의가 쓴 것으로 몽유하여 들어간 세계는 최치원이 천자가 되고 역대 문인들이 신하가 되어 있는 문장왕국이다. 규벽부에서 고금의 문장을 평론하고 문인들의 시를 비평하여 품계를 정하기도 한다. 작가는 천자의 시풍에 반기를 든 김시습의 난을 진압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문장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내고 또한 현실 세계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는 것이다.

 

 

 

<달천몽유록>은 탄금대 전투에서 죽은 병사들과 신립 장군을 만나 전쟁 패배 원인을 성찰하고 정유재란 때 전사한 장수들의 충절을 기리는 시를 지어 바친다는 내용이다. 전후 피폐해진 현실을 고발하고 전반적인 사회 모순을 비판하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강도몽유록>은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절한 여인들을 기억하는 내용이다. 강도함락의 순간 오랑캐에게 죽음을 당한 여인들이 조정 대신, 관리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절의를 지킨 자신들과 척화파의 의리를 찬양하는 것이다.

 

비록 꿈 속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이 처한 현실을 엿볼 수 있고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잠시 동안이나마 꿈 속 이야기를 읽는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갔다 온 느낌이 든다.

"꿈"이기 때문에 실존인물이라도 "꿈"이라는 형식을 빌어 '디스' 할 수 있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할 말을 속시원히 해치우는 장을 열 수 있다는 점은 오늘이나 옛날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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