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간 - 인문학자 한귀은이 들여다본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림
한귀은 지음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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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여자 인문학 [그녀의 시간]

 

 

 

온통 공감 투성이이다.

이 책 속에는...

 

어린 여자 아이의 이야기도 있고, 청춘의 나무 아래를 지나오는 여자도 있었으며 지금 딱 내 나이의 여자, 앞으로 내가 맞이하게 될 나이의 여자도 있었다.

 

 

모딜리아니, <블라우스를 입은 소녀>

 

위의 그림과 함께 소개되는 이야기는 20대에 자아가 고갈된 '도박 중독자'의 이야기였다.

기간제 국어 교사였기 때문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다 도박으로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20대 여성.

그녀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요즘의 젊은이들보다는 벌이가 일정하지만 정규직 교사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지곤 한다.

지금 그녀에게 절박한 것은 눈을 뜨고 세상의 화려함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고요히 자신에게 침잠하는 일이라고...저자는 조용히 충고해준다.

 

지나치게 단정하게 입고 화장을 짙게 했다면, 어딘가 불균형한 모습이라면 분명 겁먹었다는 뜻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자아고갈이 오기 쉽다. -15

 

비정규직의 임금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뉴스 기사에 한숨이 푹 쉬어진다.

 

 

 

 

<윌리엄 맥그리거 팩스턴, 아침 식사>

 

우아한 차림이긴 하지만 저 옷 대신 트레이닝을 입혀 놓으면 영락없이 우리 집 아침 풍경이다.

^^

그것도 싸우고 난 직후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볼까.

 

아내는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이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걸 안다.

이 상태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아내가 남편에게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말하는 것이다. -119

 

복잡한 여자의 마음을 간단명료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주니 속시원하다.

이렇게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딘가에 맺혀 있던 울분이 이런 다독거림 하나로 쑥 내려가는 기분이다.

여자 인문학이라는 것이 어디, 어려운 말만 죽 늘어놓는다고 머리에 들어올까보냐.

그림 한 장 보면서 이렇게 차분하게 응시하게 하고

마음을 읽어주면서

살살 달래주는 것만으로도

쓸쓸함이 훨씬 덜어지는 것을...

 

<빌헬름 메이어, 용서>

 

이 그림을 볼 때는 좀 어두워서 다시 한 번 그들의 표정을 살피려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밑의 설명이 울컥하게 만들었다.

 

모녀의 애착관계가 강한 이유는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다. -285

 

그렇고 말고...

백 마디 말보다 내 어머니, 내 딸 생각 한 번만 해 보면 온 마음으로 이해되는 말이다.

엄마 때문에, 딸 때문에

숨죽여 흐느껴본 사람들은 안다.

눈빛만으로도 아픔과 슬픔이 읽히는 관계에서의 끈끈함을.

 

 

<조르주 메이어 쇠라, 파라솔 아래 앉은 여자>

 

여자의 실루엣은 그저 아름답다. 때로는 의미를 유보해야 할 때가 있다.

의미가 없어도, 불안해도, 균형을 잡고 살아내는 것, 그것이 성숙이다.

-311

 

책의 맨 마지막에 실린 그림이다.

 

아스라한 배경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여자는

바로 나일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보며

무언가 의미를 잡아내려 하고 있는 듯하다.

 

알고보면 남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일생을 보내고 있는 중일 텐데도

그 수많은 굽이 속에서

혼자만 아파하고 절망하며 괴로워하고 외로워지는 것이 여자다.

 

지금 이 순간, 이 책 속의 "여자"를 읽으며

보통의 여자 중 하나인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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