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 - 겸애와 비공을 통해 이상사회를 추구한 사상가, 국내 최초 완역판
묵자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하려니 꽤 묵직한 묵자 [묵자]

 

 

 

사실, [묵자]는 제자백가서 가운데 가장 난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얼핏 얻어들은 지식으로, 겸애와 "묵수" 정도의 단어가 뇌리에 남아 있을 뿐인데, 과연 내가 [묵자]를 읽어낼 수 있을까?

책을 열어보기도 전에 사실, 좀 떨었다.

 

 

책의 두께가 어마어마~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1000페이지를 넘어서는 압박감에 정신혼미!!

 

<묵공>꽤 오래 된 영화인데... 묵자의 얼굴을 어떻게 상상하며 이 두꺼운 책을 읽을까...고민하다가 영화를 찾아봤다. 잘생긴 유덕화의 얼굴이 나와서...반가웠다 ^^

막상 공부해보려고 책을 펼치니 원문의 해석은 별도로 치고라도 묵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기초를 닦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책의 무게뿐만이 아니라 사상의 무게 자체도 꽤 묵직해서이다. 가볍게 웃으면서 시작했다가 점점 험악해지는 얼굴 표정^^

그렇기에 꽃미모를 간직한 유덕화의 얼굴로 묵자를 상상하면서 읽어나가기로 했다.

 

묵공

 

신동준 선생을 믿고 목차부터 차근차근 살펴본다.

 

 

 

이 책은 [제자집성 諸子集成]에 실려 있는 청대 손이양 주석의 [묵자간고 墨子閒詁](閒을 '한'이 아닌 '간'으로 읽어야 한다고 한다)]를 저본으로 삼은 것이다. 묵자 53편의 내용을 손이양의 [묵자간고]와 일일이 비교하며 글자 하나하나를 정미하게 추적한 본격 주석서에 해당한다. 성격상 [묵자간고]의 완역본에 가깝다.-128

 

53편의 내용을 크게 다섯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둘째 부류는 묵자사상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고, 셋째 부류는 흔히 <묵변> 내지는 <묵경>으로 불리는 것으로 '묵가 논리학'을 수록한 것이다. 다섯째 부류는 이른바 '묵자병법'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400년 전 춘추시대 말, 전국시대 초기에 활발히 활동했던 묵적의 무리는 원래 무사집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인 무사와는 달리 공격성을 띤 전쟁을 반대했고, 실용주의에 입각해 자신들의 직업윤리를 가다듬었다. 당시 세상을 덮고 있던 공자의 사상인 유가에 이어 두 번째 제자백가로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패업을 추구하던 그 때, 공자사상이 내세운 가치인 '인'과 동떨어진 속유들이 횡행하고 난세의 심도가 깊어졌던 그 때. 묵가는 노동자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산 하나라의 우왕을 높이 성인으로 추존하며 '겸애'와 '비공'으로 '사랑과 평화'를 외쳤다. 묵가를 시조로 한 묵가 학단은 진시황의 천하통일을 즈음하여 사라지고 말았다. 가족윤리와 군신의 덕목을 중시한 여타 제자백가와 달리 보편적인 인류애와 합리적인 사회질서를 주창한 게 큰 이유였다고 한다.

극히 혼란스러운 시기에 태어난 사상, 극단적인 이상주의에 입각한 사상, 확고한 신념체게 속에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이상국을 지상국에 세우고자 한 점 등은 묵학, 맹학, 주자학, 마르크시즘이 다르지 않으나 21세기 현재 맹학, 주자학, 마르크시즘은 역사의 무대 뒤로 퇴장했다.

유독 묵학만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며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 난세보다는 치세에 부합할 듯한 묵학은 21세기의 난세에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을 듯 보이지만 신동준은 큰 그림을 그려보이며 묵학을 반긴다.

천하의 이익을 고루 나누며, 천하 만민을 두루 사랑하고, 국가 간 갈등이 빚어질 때도 오직 방어를 위한 전쟁만을 인정한다.명실상부 '사랑과 평화'를 구현할 수 있는 뛰어난 요소들을 두루 지닌 묵학이 앞으로 한반도 통일 이후의 세계정세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고리타분한 사상으로만 여기고 묵혀두었던 묵학을 다시금 꺼내들어 오늘날의 정세에 맞게 이용하려는 이런 노력이 있어 "고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리라.

 

묵자의 사상은 크게 겸애주의, 비전주의, 절용주의로 나타낼 수 있다.

 [논어]처럼 후대 제자들이 묵자 사후 묵자의 언행을 기록하여 펴낸 책 [묵가] 안에서 그의 사상을 접할 수 있다.

이 텍스트를 공부하면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공자의 사상적 후계자를 자처한 맹자가 실은 공자사상을 이어받은 게 아니라 묵자사상의 대변자 역할을 수행했음을 말하는 부분. 그만큼 묵자를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부분이 되겠다.  

 

묵자는 비록 인격신에 가까운 '천지'와 '천의'를 들먹였지만 여타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합리주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른바 묵가논리학으로 불리는 <경 상, 하>, <경설 상, 하>, <대취>, <소취> 등의 6개 편에는 논리학을 위시해 광학과 물리학 등 과학기술에 관한 내용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

 

거울 속의 영상은 물체가 거울에 가까워져도 함께 하고, 멀어져도 함께한다. 거리의 비례에 따른다. 영상이 함께 한다는 것은 곧 거울에 비치지 않는 게 없는 까닭에 영상도 함께 한다는 의미이다. -<경설 하, >97

 

 

묵학이 여타 제자백가의 학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논리학, 과학철학, 군사학, 도덕철학, 경제학, 정치철학, 종교철학 등 거의 모든 부분의 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새삼 왜 난해하다고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묵수" 와 겸애, 절용만으로 묵자를 정의하기엔 그의 사상이 너무도 넓고 원대하다.

2400여 년 전의 사상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끌어올려 오늘에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많은 이들이 고전을 공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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