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동다東茶여, 깨달음의 환희歡喜라네 - 구름과 달과 더불어 만나는 고요한 찻자리, <동다송> 새로 읽다
원학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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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하실래요? [향기로운 동다여, 깨달음의 환희라네]

 

 

 

차나 한 잔 하실래요?

작업 거는 멘트가 아니다.

나이 탓인지, 날씨 탓인지, 근 한 달 간을 쿨럭 쿨럭 하며 지내왔던 터라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요즘이다.

그래서 쉽게 타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에 길들여져 있던 내가 뜨뜻~ 한 차를 찾기 시작했다.

아침에 아이들 데려다 주고 동네 어귀, 아니 아파트 어귀에서 만나게 되는 친근한 이웃들을 보면 저절로 이런 말이 나온다.

"차나 한 잔 하실래요?"^^

 

예전엔 커피 한 잔? 했을 테지만 내가 주로 음용하는 것이 커피에서 차로 바뀌고 나니 다른 이들에게도 자연스레 차를 권하게 되는 것이다.

 

목이 따갑고 아파서 잠을 잘 때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다크서클이 눈 밑까지 내려온 내 꼴을 보다 못한 서방님께서 때마침 향긋한 허브차를 사다 주었다.

그 전에 먹던 뽕잎차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녹차, 뽕잎차, 보이차, 허브차 등등..

종류도 참 많다.

그 때 그 때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마시고 있는데, 커피보다는 일단, 텁텁한 맛이 한결 덜하고 뒷맛도 깔끔하다.

요새 원두커피에 한참 푹 빠진 울 서방님은 갈아온 원두를 드립하여 뚝 뚝 떨어지는 그 소리와 향을 즐기는 것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는데...

나는 그저 물대신 목을 축여주고 뜨뜻한 기운으로 몸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차가 좋다.

부부도 이러한데 하물며 기호식품의 대명사인 차에 있어서는 꼭 이것이 좋다, 가 통할 리가 없다.

 

그러나...

초의 선사의 <동다송>을 다시 한 번 음미하면서

다시금 차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어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차의 생장과 개화부터 차 끓이는 법, 차 마시는 법, 차에 담긴 선의 정신까지. 1200년 우리 차의 혼을 담아 부른 절창 <동다송>을 초의선사가 지었고, 원학 스님이 엮고 설명을 보태어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초의 선사라 하니, 아주 오래 전, 한승원의 {초의}가 떠오른다.

마침 김영사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이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기획된 의도?^^

 

 

[초의]에서는 [동다송]을 이렇게 표현했다.

[동다송]을 한마디로 말한다면,중국의 좋은 차들의 신묘 영묘함을 말한 다음, 우리나라 차는 그보다 더 놓은 것임을 노래하고 상세한 주석을 단 명저이다. 라고...

 

차를 수행이며 자기성찰의 통로로 여긴 초의 의 차에 대한 모든 것이 [동다송] 안에 담겨 있다.

 

하늘이 점지한 아름다운 차나무여!

차나무의 탄생이 우연이 아니며 우주의 창조주인 청정법신 비로자나불께서 점지하시어 귤나무의 덕성에 짝지어준 것임을 노래한 [동다송]의 첫 구절부터

심간을 깨우는 서늘한 바람이 차향기라네

대숲에 이는 바람과 솔바람이 파도소리처럼 들리는 자연 속에서 홀로 차 한잔을 음미하며 마무리하는 송의 끝부분까지...

 

구절구절 읽을 때마다 맑은 솔향, 대나무 향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더불어 속세의 것이 아닌 듯,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초의가 우려내 준 황송한 차 한 잔을 받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차를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든 초의의 <동다송>을 읽고 초의의 경지에 이르고자 노력하고 있을 거이다.

비릿한 배냇향 베어나게 잘 덖어진 차를 말리고 우리는 법까지.

하나 하나 배우고 싶어진다.

 

녹아차와 자순차여

구름 속 돌부리 뚫고 나와

오랑캐 신발 들소 목주름에

물결무늬 주름이어라

간밤 맑은 이슬

흠뻑 머금은 잎

삼매의 솜씨로 차를 달이니

기이한 차향이 피어오르네-187

 

자비로운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성장과정을 지켜보듯 차나무를 세심히 관찰해야만, 차나무의 잎이 발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색으로 돌돌 말린 모양가 다시 이것이 변해 주름이 생기고, 다시 녹색으로 펼쳐지는 전 과정을 알 수 있다. 찻잎의 맛과 향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삼매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차의 맛과 향은 최상이 되고 차를 내주는 주인과 손님은 하나로 합일된다고 한다.

아~

열에 달뜬 아이가 헛소리로 "물! 물~" 하고 찾는 것처럼, 나도 삼매의 경지에 이른 이가 다려주는 차 한 잔을 황송하게 머금어 그 오묘한 맛을 보고 싶다.

 

추사, 다산, 소치 등과의 인연은 이미 소설 [초의]를 통해 알고 있었으나, 이 책에서 다시금 만나게 되니 그 이름이 또한 새롭다.

차와 맺은 소중한 인연.

나도 "차나 한 잔 하실래요?"를 통해 이어나가고 싶다.

아득히 먼~ 훗날의 일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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