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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문열 / 아침나라(둥지)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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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삿갓! 조선 후기의 풍류 시인이자 민중 작가였던 기구한 운명의 달관자. 김병연이라는 인물과의 개인적 만남은 단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아니라 인간과 체제와의 만남, 더 나아가 인간과 한의 만남이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기는 과거에서 조부에 대한 질책을 시로 표현하여 장원 급제하나,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자초지정을 듣고 심히 부끄러워 삿갓을 쓰고 방랑 생활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본 작품에서는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대역 죄인으로 치부된 조부에 대한 증오로 인해 붓을 들었던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사회가 만든 희생양이었던 그는 천재적인 자질이 있는 문인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체제의 냉정한 외면과 괄시를 세상의 풍류로써 극복하려 했던 점을 깨달케 되면 묘하게 져미어 오는 아픔을 공감하게 된다.


작가는 설화적인 바탕에서 출발한 이야기 골격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객관적 시각을 통하여 시인의 정신적 충격과 고뇌의 승화, 성숙 의식으로의 도약이라는 내용 및 흐름의 경향에 따라 세가지로 구분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주로 조부의 정치적 결단이 당시 홍경래의 난과 맞물려 어떠한 위치를 차지했었는가에 대한 부정적 견해, 긍정적 견해 및 절충적 견해로 구분짓는 새로운 논문식 역사 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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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슬픔 - 1992 제1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일문 지음 / 민음사 / 199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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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미워졌다. 브레히트의 시명과 같은 이책의 내용은 80년대의 역사의 소용돌이와 갈등을 그리고 있다. 나, 라라, 디디, 어머니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전부이다. 심한 강도의 갈등 구조도 없으며, 극적 전환도 없다. 문체는 매우 산만하지만 통속적인 소설 형식을 탈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신선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색깔을 가지므로 그 선명함과는 관계없이 구별되어지는 개성이 있다. 이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며 사회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협화음은 마치 진리처럼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임을 역사는 증명한다. 그 소용돌이에 라라는 희생되었고, 주인공과 디디는 피해자라고 오히려 말 할 수 있다.


갈등은 방황을 낳았고 결국 성숙으로 열매 맺게 되지만 그때까지의 고통은 불가피하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약육강식의 비정성에는 사랑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 갈 때에만 죽음에서 조차 희망적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많이 똑똑하다는 착각만으로도 세상살이 여러 장애를 체험한다.


작고 둥근 돌은 덜깍이는 법! 우리네 인생살이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살아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내 자신을 미워 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겸손도 역설도 아니다. 단지 삶이 그렇게 만들어 줄 뿐이다. 어떠한 모습으로 남든지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죽은자의 몫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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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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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소설적인 감동의 한계가 단지 이야기의 극적 구성이나 사건의 전환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긴 글을 짧게 끊어서 읽을 수 있게 하는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중세 암흑 시기의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에 얽힌 미스테리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소설의 전개 방식에서 요한계시록의 일곱가지 재앙에서 비롯된 듯한 필연성을 가장한 우연성이 오히려 소설적 재미를 더 느끼게끔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군데 군데 포진해 있는 여러 지적 자극 요인들 즉 사회학, 기호학, 종교론, 자연과학 등은 전반적인 이야기속에 시줄과 날줄처럼 교묘하게 얽혀있어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문학적 분류로 보자면 단순한 추리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아드소 수련사의 일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본 시야는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제한적 시야라는 한정된 경계속을 마치 안개속을 걸어가듯 동행하게 만든다. 이로 말미암아 일정수준의 호기심이 극적 상황의 고지를 넘나들면서 주인공들에 대한 감정 이입을 더 자극케 하는 장치가 되어 줄 수 있었다. 특히 그 장치로 사용된 소설 서두에 등장하는 회고적 형식의 발단부는 신비스러운 옛 이야기를 들으면서 빠져드는 몰입의 효과를 거둔다.

작품의 내용은 중세 카톨릭 시기에 벌어지는 황권과 교권의 충돌과 갈등, 이단 규정과 처벌 문제, 말세론 해석과 지식 및 신앙의 함수관계를 비교적 유기적으로 연결지어 묘사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갈등 구조는 결국 아리스토텔세스 시학 2권 중 희극에 대한 가상의 문서에 대한 잘못된 오역이 초래한 대재앙으로 막을 내리지만 늟은 장님 수도사의 독단적 편견이 갖는 위험성은 현재까지도 경계해야할 교훈이라 할 수 있다.

금기 타파의 시작은 지적 호기심에 대한 자유스러운 탐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때, 진리는 결코 묶어 놓아 절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요 훗날 알을 깨고 나오는 새 생명의 날개짓처럼 도약할 수 있는 전제가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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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1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서평 잘봤습니다^^

피델리스 2010-08-17 06:18   좋아요 0 | URL
자주 들리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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