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문열 / 아침나라(둥지) / 199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김삿갓! 조선 후기의 풍류 시인이자 민중 작가였던 기구한 운명의 달관자. 김병연이라는 인물과의 개인적 만남은 단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아니라 인간과 체제와의 만남, 더 나아가 인간과 한의 만남이라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기는 과거에서 조부에 대한 질책을 시로 표현하여 장원 급제하나,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자초지정을 듣고 심히 부끄러워 삿갓을 쓰고 방랑 생활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본 작품에서는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대역 죄인으로 치부된 조부에 대한 증오로 인해 붓을 들었던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사회가 만든 희생양이었던 그는 천재적인 자질이 있는 문인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체제의 냉정한 외면과 괄시를 세상의 풍류로써 극복하려 했던 점을 깨달케 되면 묘하게 져미어 오는 아픔을 공감하게 된다.


작가는 설화적인 바탕에서 출발한 이야기 골격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객관적 시각을 통하여 시인의 정신적 충격과 고뇌의 승화, 성숙 의식으로의 도약이라는 내용 및 흐름의 경향에 따라 세가지로 구분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주로 조부의 정치적 결단이 당시 홍경래의 난과 맞물려 어떠한 위치를 차지했었는가에 대한 부정적 견해, 긍정적 견해 및 절충적 견해로 구분짓는 새로운 논문식 역사 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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