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 글 뭐예요? 저 보라고 쓴 거예요? 유치합니다."
그녀가 보내온 메일은 그토록 간단했지만
그 세 문장이 날 얼마나 기분좋게 했는지 모른다.
네어버 사전에서 질투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질투: 1) 다른 사람이 잘되는 걸 못마땅해하는 마음.
2)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가까이 지낼 때 속상해하는 것
"질투는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말을 처음 한 사람은 고란 이바노세비치라는 철학자인데
그 말은 결국 사랑이 있어야 질투도 가능하다는 뜻,
그러니까 "부리님 좋아하면 안되요?"라는 말은 너구리님의 진심이었다.
답장을 썼다.
유치한 거 인정한다,
하지만 오리배를 같이 탄 그 여자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언제 너구리님을 태우고 세시간 동안 오리배의 페달을 밟아 드리고 싶다...
오늘 아침, 너구리님이 다시금 보내온 답장을 읽었다.
"정말 세시간 동안 오리배 태워주시는 거죠?"
그녀가 보낸 메일은 단 한문장이었지만
그걸 읽고난 후부터 계속 마음이 갑갑하다.
오리배는 보기는 그럴듯해도 정말 힘이 드는 놀이기구로
오직 애인관계만이 그걸 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보이고픈 관계일지라도 세시간은 무리다.
새초롬한 너구리님의 성격상 세시간을 못채우면 화를 낼텐데....
벌써 다리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일본서 너구리님이 오기 전까지 근육을 좀 키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