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결절이라는 병이 있다. 목을 너무 남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서 성대에 돌기가 생기고 목에서 쉰소리가 나는 거. 돌기가 너무 크면 수술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쉬면 좋아진다. 성대결절이 생기는 사람은 직업상 말을 안할 수가 없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목을 남용하는 직업에는 뭐가 있을까? 얼핏 생각나는 직업이 바로 가수다. 실제로 가요계의 디바 휘트니 휴스톤을 비롯해 엘튼 존, 프레디 머큐리, 로드 스튜어트 등 유명 가수들 중엔 성대결절로 수술을 받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성대결절을 다른 말로 가수결절(singer's nodule)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수들에게 성대결절은 매우 드문 일이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금붕어처럼 립씽크를 아무리 해봤자 성대에 무슨 무리가 가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성대결절에 걸리는 사람은 대부분 선생님이다. 집중을 안하고 떠들기만 하는 애들을 앉혀놓고 하루 몇시간을 떠들면 제 아무리 스테인레스 성대라도 못견딘다. 얼마 전에 내게 성대결절에 대해 문의한 친구도 학원 선생이었다.
혹시 가수 중에는 없을까?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그래도 라이브를 좀 하는 백지영이 성대결절로 활동에 비상이 걸렸단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TV 프로에 가수가 노래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비상이란 말은 좀 오버 같지만, 그냥 넘어가자. 이해가 안가는 사람은 바로 탁재훈이다. 그가 갑자기 “...목의 통증을 호소했으며, 검사결과 후두염과 성대결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거다. TV에 탁재훈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노래 부르는 모습은 한번도 못봤는데 신기한 일이다. 그냥 토크만 하는 정도로 성대결절이 생기지는 않을텐데.
백지영이나 탁재훈이나, 수술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긴 하다. 그래도 난 보고 싶다. 휘트니 휴스톤처럼 목을 너무 많이 써서 수술을 해야 하는 가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