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의 비밀 - 손맛 나는 요리는 뭐가 다를까?
김정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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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리가 여러 식재료의 어우러진 양념맛이라면 일본요리는 비교적 적은 식재료의 기본 맛이 많은 편이다. 기본 식재료에 충실한 요리들이 서양요리와 일본요리를 통해 소개되면서 우리 요리 중에서도 이런 특성을 가진 요리들이 한식당과 새로 개발되는 요리에 많이 눈에 띄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요리의 맛내기의 기본인 우마미 즉 감칠 맛을 이루는 기초 재료들과 그 맛의 생화학적 근거인 글루탐산, 이노신산, 구아닐산,아데닐산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이들 감칠 맛 성분이 들어간 기초 재료를 어떻게 조화시켜 감칠맛을 진하게 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제공한다.

토마토와 양파의 감칠 맛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멸치, 가쯔오부시의 마늘과 배합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을 스파게티와 소바나 국수국물, 스테이크스튜, 김밥말이등에 응용해 보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책이었다. 특히 교토역 cafe ante에서 먹어보았던 통토마토샐러드 맛을 이해하고 직접 만들어 보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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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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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다보면 남은 식재료나 주위에 흔히 보이는 계절 재료로 무언가 만들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제 작가가 고향에서 살며 만들어먹던 것들, 이런저런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시도해 보았던 먹을거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그 속엔 그 음식과 얽킨 엄마의 기억, 남자의 기억, 친구와의 추억, 자기 삶의 고달픔이 녹아 있어 이 만화의 가치를 더한다.

먹기위해 산다거나 살기 위해 먹는것이 아니고 먹는 것은 삶의 일부임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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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읍내 오세곤 희곡번역 시리즈 1
손톤 와일더 지음, 오세곤 옮김 / 예니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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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으로 쓰여진 이 책은 짧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자라 평범한 일상을 보낸 주인공들. 그 잔잔하고 정겨운 삶이 갖는 의미들. 곧 우리 평범한 삶이 가지는 의미들을 보여준다.

누구나 정해진 시간의 인생을 산다. 때론 바쁘고 많은 성취를 하고 때론 실패하고 실망하기도한다.하지만 성공이 더 행복하고 뒤돌아보아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고, 실패하고 늘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았다고 더 불만스러운 것도 아니라는걸 깨닫게 된다. 남보다 뒤진다는 느낌이 싫고 주위 사람들의 기껏 한두시간 지속되는 평가에 마음 쓰며 우리는 스스로를 보채며 살고 있을 뿐이다. 

3장에서 죽음을 맞은 사람의 눈으로 보는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후회는 우리가 너무 바빠 서로 사랑할 틈이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오직 하나이다. 사랑하지 못했다. 가족, 이웃,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들. 우리는 남을 돕지 못할만큼 쪼들리는 존재들이 아닌데도 속아살고 있다는걸 깨닫는다. 당연히 옛날 생각엔 그 정도의 경제적 여유와 시간이면 만족하리라 여겼던 자리에서 여전히 쫓기듯 살고 있다. 정말 [산다는게 다들 장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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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63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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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미국은 하드보일드에 열광했다. 하드보일드 주인공의 인생관을 사랑한 것이다. 쿨앤시크. 돈 몇푼 아니어도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인물. 해밋의 샘 스페이드는 챈들러의 필립 말로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 여자도 사랑의 감정도 툭툭 털어버리는 쿨가이. 3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의 험프리 보가트 캐릭터의 탄생이다.  

폭증하는 자본은 인간에게 자신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게 한다. 인생은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 모든 가치는 돈이 말한다는 인생관. 이 따위 인생은 혼자서도 살 수 있다. 폭증하던 자본은 공황으로 엎어지고, 자본의 몰락은 도리어 이 인식을 더욱 심화한다. 더 돈은 필요했고 돈가치와 함께 인생의 가치도 떨어졌다.결국 주머니 안에 돈이 떨어지는 날까지 끝까지 쿨하게 위험 한 가운데를 걸어가는 주인공이 사람들의 구미와 맞아떨어진다. 돈을 위해선 타인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남의 사랑의 감정을 이용하는 것 쯤이야 쉽게 여기는 악인들은 사실 독자의 일상이다.이 악당들을 한 수 위에서 속이고 비웃는 영웅이 필요하다. 영웅은 슬픈 현실의 투영이다.

해밋이 정작 하고픈 이야기는 그의 인생을 닮은 가족을 버린 어느 남자의 이야기에 드러난다. 어차피 죽는 인생이라면 왜 내가 가족에 매여야 하는가? 그는 가족을 버렸고 어디선가 또 다시 똑같은 가족을 만들어산다. 벗어나려하지만 결국 제자리다. 상처만 주고...사건의 전개와 함께 많은 인물들이 쉬 죽어나간다. 그들은 얼마전까지 나와 얽혔던 사람들. 그들의 죽음으로 골치거리가 없어지기도하고 누명을 쓰기도 하지만 중요한건 그들의 삶이 내 인생에 그닥지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체될 수 있는 부속품과 같이. 타인이 나에게 그렇다면 바꾸어 나도 타인에게그런 존재다. 다른 이를 위해 산다는게 무슨 의미인가? 나만을 위해 살면 되는게 인생이 된다. 추리와 말다툼. 폭력의 충격, 교묘한 속임수의 폭로. 그 재미들 뒤엔 우리네 인생에 대한 [나 혼자 잘나서 살아남아야하는 고독]이 있다. 그래서 하드보일드는 사르트르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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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1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있던데 원작이 있었군요.
한번 봐야겠네요.
잘 지내시죠, 카를님.^^

카를 2011-10-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메뚜기의 하루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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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930년대는  대중문화가 꽃피어나는 시기였다. 암울한 대공황의 그늘에서 대중에게 여흥거리를 제공하는 할리우드는 무척 활황이어서, 평균 주간 관객수가 인구의 절반 이상인 8천만명에 육박했고, 여가비용의 83%를 영화표 구입에 썼다. 그 자신도 영화산업에 몸담고 있었던 웨스트는 할리우드를 통해 인간의 꿈이 기만 당하고 결국 그 파국인 폭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명해간다.  

꿈의 모조품을 만드는 일이 영화 연예산업의 본질이다. 세트장 뿐 아니라, 그들이 사는 피니언 캐니언조차, 예술의 가치는 없고 실용적 가치, 위장술만 남은 꿈을 내다버리는 하치장. 사르가소 바다가 된다. 그들은 그들의 진정한 꿈을 이룰 수 없는 대신 모조품인 세트장 안에서 생각하고 살도록 길들여진다. 마치 오늘 우리의 여가와 같이.

이런 헐리우드를 상징하는 여주인공 페이 그리너, 즐거움으로의 초대가 아닌 힘든 갈등으로의 초대를 하는 인물, 그녀의 초대가 갈등이 되는 이유는 다수가 원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충족적 존재인 그녀는 결코 그 사랑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그 아름다움은 마음이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듯  그녀의 목적은 상대를 매혹하고 자기가 원하는것을 얻어내는 것이다.지저분한 검은 암탉처럼, 자기 얘기인듯 들은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할리우드는, 바다에 부유하는 코르크판자처럼 그 자신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정복을 사랑으로 착각하며 싸우는 수탉들의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

오드리 제닝스, 악덕을 기막히게 포장해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돈버는 재주꾼들. 그들에게 사랑은 자판기에서 나오는 물건일 뿐이다. 돈벌이이고 인간성과는 무관한 사업의 영역이다. 이 놀음에 속는 [사랑은 호주머니에 감추기에는 너무 큰 그런 물건]으로 여기는 자에게는 사랑이 인생일지도 모르지만. 할리우드의 정신은 꿈을 닮은 유사품을 팔아 돈을 만드는 3차산업에 충실하다.

중서부 출신의 호머 심프슨, 변화나 흥분이 없는 생활, 동정童貞만이 유일한 방어기제이고, 짜증나게하는 체념 친절 겸손을 가진 미국인의 표상적 인물. 할리우드에게 손쉬운 먹이감이고 밥줄이다. 그는 할리우드에 속아 진짜 꿈과 걱정과 해결해야 할 현실은 잊고 아무런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들은  [덫에 걸린 새, 몰개성적이고 희망없는 슬픔] 뿐이다. 그들이 군중의 틈에 들어갔을 때, 그 무감각은 분노로 이행한다. 

[불타는 로스앤젤레스], 죽기위해 캘리포니아로 오는 사람들에 의한 폭력, 미국적 광인들이 등장한다. 영화산업은 폭력일보 직전의 사악하고 메마른 권태를 가진 그들에게서 돈을 뽑고 더 처참한 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자아의 상태에 내팽개쳐진다. 무의미한 존재들. 그들은 사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해리처럼, 빨간 닭처럼. 탈진하고 피곤한 육체와 야성적이고 무질서한 정신. 컬트문화로 대표되는 어불성설의 메시아적 분노와 감정적 반응은, 무의미에 던져진 자들의 유일한 해답이다. 가련한 비이성과 폭력에의 의존이다. 소돔과 고모라는 불타고 있지만 그 곳에서 그들은 탈출하려 하지 않는다.

사랑의 모조품인 반짝이는 것. 멋있고 예쁜 연예인들. 그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무력한 대중을 연예산업은 필요로 한다. 대중은 스스로 자초한 기만 속에 속아 넘어간다. 나의 사랑은 눈꼽만큼도 필요치 않은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자가 사랑이 필요한듯이 나를 속여왔으니까 그들은 그걸 깨닫는 순간 결국 그 우상을 파괴시키고 싶다. 쾌락을 원하는 다수에게 쉽게 얻는 쾌락을 약속하고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는 그들. 사랑은 유익을 주는 것이지 유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비웃으며 [나에게서 유익을 얻어가세요]라고 말하던 그들과 그 산업에 속았다. 메뚜기들의 사랑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좌절한 자는 성을 불사를 것인가 소돔과 고모라에서 빠져 달아날 것인가?  

이 모든 일의 이유는 우리의 어리석음과 게으름이다. 꿈을 만드는 대신 꿈을 사려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제대로 알아 보지 못했다. 우리 사랑의 대상은 결국 나 자신일 뿐이었다.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은 진정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남이었는데. 나의 꿈이 나를 배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만을, 내 자녀만을 위해서 살면 꿈은 이루어지는줄 알았다. 멍청하고 노력하지 않았다.

사실 이것이 단단하고 지속적인 까닭은 사회 전체가 원하는 기만이기 때문이다.[칸은 쾌락의 돔을 선언했다.] 사기 당하고 배신 당했다. 헛것을 위해 노예처럼 일하고 뼈빠지게 저축했던 것이다. 그들은 일상의 고통을 참고 견디면 쾌락이 온다고 믿고 일해왔다. 기적의 약속을 믿고 움직였으나 결국은 폭력으로 밀려갔을 뿐이다. 폭력의 이유는 권태고 무능력이었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를 비난치 말라. 그들은 지쳤다. 그들의 무의식은 좌절해있다. 시끄럽고 듣기 싫은 사이렌을 울려야한다. 이대로 있다간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이다. 이 성에서 빠져 나가라. 달콤한 노랫소리에 빠져들어 그 성에 들어가지 말라. 서로를 죽이는 것은 그 성에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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