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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의 하루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미국의 1930년대는 대중문화가 꽃피어나는 시기였다. 암울한 대공황의 그늘에서 대중에게 여흥거리를 제공하는 할리우드는 무척 활황이어서, 평균 주간 관객수가 인구의 절반 이상인 8천만명에 육박했고, 여가비용의 83%를 영화표 구입에 썼다. 그 자신도 영화산업에 몸담고 있었던 웨스트는 할리우드를 통해 인간의 꿈이 기만 당하고 결국 그 파국인 폭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명해간다.
꿈의 모조품을 만드는 일이 영화 연예산업의 본질이다. 세트장 뿐 아니라, 그들이 사는 피니언 캐니언조차, 예술의 가치는 없고 실용적 가치, 위장술만 남은 꿈을 내다버리는 하치장. 사르가소 바다가 된다. 그들은 그들의 진정한 꿈을 이룰 수 없는 대신 모조품인 세트장 안에서 생각하고 살도록 길들여진다. 마치 오늘 우리의 여가와 같이.
이런 헐리우드를 상징하는 여주인공 페이 그리너, 즐거움으로의 초대가 아닌 힘든 갈등으로의 초대를 하는 인물, 그녀의 초대가 갈등이 되는 이유는 다수가 원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충족적 존재인 그녀는 결코 그 사랑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그 아름다움은 마음이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듯 그녀의 목적은 상대를 매혹하고 자기가 원하는것을 얻어내는 것이다.지저분한 검은 암탉처럼, 자기 얘기인듯 들은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할리우드는, 바다에 부유하는 코르크판자처럼 그 자신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정복을 사랑으로 착각하며 싸우는 수탉들의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
오드리 제닝스, 악덕을 기막히게 포장해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돈버는 재주꾼들. 그들에게 사랑은 자판기에서 나오는 물건일 뿐이다. 돈벌이이고 인간성과는 무관한 사업의 영역이다. 이 놀음에 속는 [사랑은 호주머니에 감추기에는 너무 큰 그런 물건]으로 여기는 자에게는 사랑이 인생일지도 모르지만. 할리우드의 정신은 꿈을 닮은 유사품을 팔아 돈을 만드는 3차산업에 충실하다.
중서부 출신의 호머 심프슨, 변화나 흥분이 없는 생활, 동정童貞만이 유일한 방어기제이고, 짜증나게하는 체념 친절 겸손을 가진 미국인의 표상적 인물. 할리우드에게 손쉬운 먹이감이고 밥줄이다. 그는 할리우드에 속아 진짜 꿈과 걱정과 해결해야 할 현실은 잊고 아무런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들은 [덫에 걸린 새, 몰개성적이고 희망없는 슬픔] 뿐이다. 그들이 군중의 틈에 들어갔을 때, 그 무감각은 분노로 이행한다.
[불타는 로스앤젤레스], 죽기위해 캘리포니아로 오는 사람들에 의한 폭력, 미국적 광인들이 등장한다. 영화산업은 폭력일보 직전의 사악하고 메마른 권태를 가진 그들에게서 돈을 뽑고 더 처참한 도덕적 사회적 경제적 자아의 상태에 내팽개쳐진다. 무의미한 존재들. 그들은 사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해리처럼, 빨간 닭처럼. 탈진하고 피곤한 육체와 야성적이고 무질서한 정신. 컬트문화로 대표되는 어불성설의 메시아적 분노와 감정적 반응은, 무의미에 던져진 자들의 유일한 해답이다. 가련한 비이성과 폭력에의 의존이다. 소돔과 고모라는 불타고 있지만 그 곳에서 그들은 탈출하려 하지 않는다.
사랑의 모조품인 반짝이는 것. 멋있고 예쁜 연예인들. 그들에게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무력한 대중을 연예산업은 필요로 한다. 대중은 스스로 자초한 기만 속에 속아 넘어간다. 나의 사랑은 눈꼽만큼도 필요치 않은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자가 사랑이 필요한듯이 나를 속여왔으니까 그들은 그걸 깨닫는 순간 결국 그 우상을 파괴시키고 싶다. 쾌락을 원하는 다수에게 쉽게 얻는 쾌락을 약속하고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는 그들. 사랑은 유익을 주는 것이지 유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비웃으며 [나에게서 유익을 얻어가세요]라고 말하던 그들과 그 산업에 속았다. 메뚜기들의 사랑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좌절한 자는 성을 불사를 것인가 소돔과 고모라에서 빠져 달아날 것인가?
이 모든 일의 이유는 우리의 어리석음과 게으름이다. 꿈을 만드는 대신 꿈을 사려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제대로 알아 보지 못했다. 우리 사랑의 대상은 결국 나 자신일 뿐이었다.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은 진정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남이었는데. 나의 꿈이 나를 배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만을, 내 자녀만을 위해서 살면 꿈은 이루어지는줄 알았다. 멍청하고 노력하지 않았다.
사실 이것이 단단하고 지속적인 까닭은 사회 전체가 원하는 기만이기 때문이다.[칸은 쾌락의 돔을 선언했다.] 사기 당하고 배신 당했다. 헛것을 위해 노예처럼 일하고 뼈빠지게 저축했던 것이다. 그들은 일상의 고통을 참고 견디면 쾌락이 온다고 믿고 일해왔다. 기적의 약속을 믿고 움직였으나 결국은 폭력으로 밀려갔을 뿐이다. 폭력의 이유는 권태고 무능력이었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를 비난치 말라. 그들은 지쳤다. 그들의 무의식은 좌절해있다. 시끄럽고 듣기 싫은 사이렌을 울려야한다. 이대로 있다간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이다. 이 성에서 빠져 나가라. 달콤한 노랫소리에 빠져들어 그 성에 들어가지 말라. 서로를 죽이는 것은 그 성에서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