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첫번째 책인 [링크]를 통해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진 사회관계, 생물학의 기본 원리가 멱함수 관계임을 보였던 바라바시의 두번째 책이다. [링크]가 그러했듯 이 책 또한 그가 진행하고 있는 전문적 연구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고 또 앞으로 일상에서의 적용점을 제시하고 있다.

바라바시는 2008년 Nature에 게재한 [Understanding individual human mobility patterns.]에서 10만명의 휴대폰 사용자의 이동 패턴에 대해 분석하고  그것이 항상 일정한 범위내에 있음을 보였다. 이것은 인간의 이동이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2010년 그는 다시 Science에 게재한 논문 [Limits of predictability in human mobility.]에서 그 엔트로피를 계산하여 예측가능성이 약 93%에 미침과 실제 64개의 다음 이동장소 선택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 1.74개의 가능성으로 다음 이동 장소가 결정된다는 것을 보였다. 

이와 같은 그의 연구는 인간의 행동반경과 행동패턴의 무미건조함을 보여준다. 집과 일터를 오가는 생활, 비슷한 휴가지. 거의 같은 주말 휴식 패턴들은 우리 자신도 느끼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의 삶의 터전을 중심으로 고착화되는 현대적 삶의 양태를 보여준다. 동물들과 자연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자유로운 선택의 패턴이 갖는 폭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상실된, 현대적 효율과 필요에 의한 삶이다. 폭발성이 없는 이런 가우시안적 분포는 일정한 시간 일하고,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고, 집중된 일처리와, 일정한 통화패턴, 러시아워, 고속도로 정체를 만든다. 

바라바시는 그의 다음 연구주제로 폭발성의 예측을 원한다. 더 정밀한 측정도구와 숨겨진 변수들을 모두 대입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이 결집되어 나타나는 사회에서의 폭발성까지를 예측해내는 것이다. 주식폭락도, 혁명도, 전쟁과 급작스런 인구이동, 트렌드의 변화도 예측하는 것이다. 폭발성이 예측되면, 결국 가련하게 지금도 선택할 것이 얼마없던 인간은 영원히 폭발성을 억압받는 계급 안에 굳어져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이 됨을 뜻한다. 인간이 꿈꾸던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회의 꿈이다. 하지만 이 꿈은 인간이 더 규제되고 사회까지가 통제될 수 있다면, 9.11 이후에서처럼 서로의 위협성이 극대화되어 모두 감시대상이 되고, 서로를 최대한 불신하여 통제기관에 의존하게 된다면 더 손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자유를 제한하고자는 인간의 이러한 경향은 현대인만의 특성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 본성 안에 있다는걸 우린 안다. 타인에 대한 규제, 타인을 조정하려는 의지는 인간이 타인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공통된 현상이었다. 중세와 고대에도 공산주의에도 근대 식민역사에도 타인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려했던 강자들은 반드시 타인을 조작하고 자신의 뜻대로 24시간 움직여 주길 원했다. 이런 타인을 구속하려는 경향은 내면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속이는 욕구] 때문에 발생한다. 한 개인일수 밖에 없는 인간이 남보다 우월함을 타고 났다고 믿을 때, 스스로를 기만하는 자아 팽창감의 만족을 위해서는 남보다 우월한 소비와 우월한 지배와 다른 인간 위에 군림하는 느낌을 소유해야만 했다. 만족한다면 타인을 자기 의지로 조정하려는 조작을 멈추겠지만, 속이는 욕구는 만족을 모른다.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를 선호하는 또다른 이유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다. 결국 남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 생명까지를 위협하리라는 공포. 율법적 규약으로만 폭력과 공격성이 통제됨을 알기에 자신의 자유를 희생해서라도 제약을 받아들인다. 이런 의미에서 자유는 폭력이 사라질 때야 가능한 사치다. 서로를 믿으며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자하는 꿈은 내가 남을 미워하는 현실에서는 결코  이루엊지지 않을 것이다. 

평화도 평등도 불가능한 세상에서 결국 내가 힘을 갖고 내가 안전의 우선권을 쥐는 것만이 현실적 해결책인가? 내가 먼저 폭발을 예측하고 게토화된 자유를 독점하는 것, 많은 링크를 선점하고 독점적 네트워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누리는 것? 나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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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31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링크의 저자군요! 이번에도 멋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책 소개 넘 감사합니다. 이런 책 넘 좋아하거든요~^^

카를 2010-08-3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독후감마다 관심 가져주셔 고마운 마음입니다.

2010-09-01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를 2010-09-0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가장 의미있었던 고전은 칼빈의 기독교강요(크리스챤 다이제스트)와 바르트의 로마서 주해(한들)입니다. 아직도 읽고 있는 중입니다.^^

yamoo 2010-09-02 23:21   좋아요 0 | URL
칼빈의 기독교 강요는 베버의 신교윤리와자본주의정신 읽을 때 구해볼려고 했는데 구하지 못했습니다..이거 어케 구하죠?

그리고 바르트는 롤랑바르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분이 로마서 주해도 했나요??

카를 2010-09-0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빈의 기독교강요(크리스챤 다이제스트)는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칼 바르트의 로마서 주해(한들)는 말씀사 인터넷 사이트에서(생명의 말씀사 http://www.lifebook.co.kr)구할 수 있고, 로마서 강해라는 책이름입니다.

yamoo 2010-09-03 10:12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칼 바르트군요~ 인터넷 서점 검색해 보니 기독교 강요는 죽~~뜨더라고요..ㅎ 칼바르트..아, 칼바르트 였군요~ 감사합니다~ 얼른 구해서 보겠습니다~~

아, 근데, 카를님 목사님이신가요??

카를 2010-09-03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아니오. 아직 아무 임직도 없는 평신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