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 상 Mr. Know 세계문학 12
알렉스 헤일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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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어디였는지 흑백화면 속에 겁에 질린 얼굴. 그리고 "쿤타킨테"라는 이름. 사실 이 기억도 확실하다 말 할수 없다. 단지 "뿌리"라는 제목만이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서점에서 페이퍼북의 저 책을 보았을 때 내가 저 책을 무척이나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아프리카 노예의 자유를 향한 투쟁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일제시대 때 우리 조상들이 독립운동을 하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나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낯선 땅 아니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끌려온 것이다. 말도 안통하고 생활 양식도 너무나 틀린 곳. 그리고 백인들은 그들의 자식을 물건처럼 사고 팔았다. 그래서 흑인노예들 상당 수는 자신의 부모. 가족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주인의 성을 따라 이름을 지었다. 이런 완벽한 뿌리 말살 정책이 또 어디 있을까 

책은 상당부분을 "쿤타킨테"의 아프리카 생활에 할애한다. 마치 독자들에게도 그들의 뿌리를 각인 시켜주려는 듯 말이다. 이것이 얼마나 애잔한 것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7대에 걸친 이야기는 킨테의 아버지 오모르. 킨테 그의 딸 키지 그녀와 백인 사이의 아들 싸움 닭 조지, 조지의 대장장이 아들 톰 그리고 톰의 딸 그 딸의 딸을 외할머니로 둔 작가 알렉스. 알렉스는 외할머니로 부터 들었던 그들 조상에 관한 얘기를 바탕으로 10여년 동안 자료수집 등을 통해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책으로 발간 했다. 그것이 이 책 "뿌리"이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야 스치는 생각. 아프리카 킨테가문이 훌륭한 대장장이의 핏줄이었다는 것! 이 때의 전율이라니...아프리카 땅의 조상으로부터 억척스럽게 피를 타고 전해진 대장장이의 기질. 그것은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 피의 기억 덕분에 킨테가문의 아들 대장장이 톰으로부터 그들의 자유가 시작되고 그 자유의 질까지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제발 킨테가 배에서 탈출에 성공하기를... 그가 아주 좋은 주인을 만나기를. 탈출에 성공하기를. 키지가 킨테에게 돌아 갈수 있기를.  조지와 그의 주인이 큰 닭 싸움에 이겨 반드시 자유를 살수 있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가. 하지만 그런 바램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간과 시간, 사건과 사건을 냉정하게 읊조리는 작가가 한없이 야속하기만 했었더랬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권선징악을 바랬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디즈니식 사고방식이란 말인가. 이 책이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픽션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작가에 대한 그러한 마음이 진정이 되었었다.

내 책상 위의 작은 꽃나무. 잎이나 줄기가 다쳤을 때는 물을 주고 햇빛을 비춰 주면 금방 재생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새 시들해진 꽃나무. 화분을 정리해 보니 뿌리가 검게 썩어 있었다. 하물며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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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닐기님 한달에 한번 오시네요^^

거닐기 2006-03-08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오기는 하는데 흔적을 안남겨서리... 죄송합니당~
 
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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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문에 「찰나의 메커니즘 - 흘깃 0.013초 "저 남자 멋지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적이 있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사람이 어떤 대상을 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0.2초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에 대한 호감 즉 감정은 이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호감을 갖는 것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는 무의식 상태에서 일어난다는 것. 잘생긴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 긍정적인 정서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기사가 생각났다.)

찰나의 메커니즘! 그 것의 다른 이름은 편견일 것이다. 모양세만을 보고 기준을 만들고 수집된 정보를 그 기준에 끼워 맞추려한다. "봐 내가 한번 아니면 아니라고 했지" 이런식으로 젠체하기 마련이다. 스스로의 판단이 잘못 되어도 쉽게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걸 부추기는 것이 오만이다.

편견도 오만도 쉽사리 바뀌거나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발 끝부터 조금씩 쌓이다가 어느새 머리 끝까지 들어차 구린내를 풍기게 만든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바란다. 제목만큼 절대 무겁지 않으면서 아주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여성이라면 꼭 읽어 보고 참고하기 바란다.

엘리자베스라는 명량소녀가 다아시라는 구혼자에게 '오만' 하다는 '편견'으로 구애를 물리치고 위컴과 콜린스라는 인물과 사건과 사건을 통해 그가 더없이 너그럽고 멋진 사람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아시는 그녀를 통해 오만이라는 구린내를 씻어 버리고 신분격차를 극복하고 끊임없는 사랑을 보낸다. 또 그녀의 가족들은 얼마나  훌륭한지....

고전이란 대단하다는 생각이든다. 1813년도에 발표된 책이 현시대에도 큰 공감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아주 흡사하다고까지 생각이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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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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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선물 받은 책이다. 책상 한 구석에 너무 오래 방치한 책이다. 선물한 이에게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수필보다는 소설을 선호하는지라 읽고 싶은 순위가 계속 밀렸던 것이고 또한 제목이  너무 거창하게 "문학"의 숲을 거닐자니 나에게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감히 내가 문학씩이나~ 하는 마음에 선뜻 책을 잡기가 민망하였나 보다. 저번주 날씨가 봄날 느낌이 들정도로 따뜻했다. 그 날씨와 이 책의 표지가 너무도 잘 어울렸다. 마치 봄날 같은 느낌을 주는 책표지가 읽기를 주저주저 하던 마음을 돌려 놓았다.

읽은 후에야 느낀건데 내가 간과 했던 것이 있었으니 "거닐다"라는 책 제목이다. 거닐다. 이리저리 한가로이 걷다라는 뜻의 거닐다. 고전을 할랑하게 거닐었다는 느낌. 책방에서 이책 저책 거들떠 보기한 느낌이랄까. 작가의 생활 속에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에 영문학의 고전들을 접목시켜 소개한 책이다. 나 같은 경우 독서의 내공이 워낙 미약하여 살짝 좌절을 맛 보기도 하였으나 다시 불끈하고 메모지를 준비하여 소개되는 책들 중 꼭 봐야지 하는 것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메모지는 수많은 책 제목과 감동적인 문구로 빽빽해져 있었다. 뿐만아니라 읽었던 책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놓쳤던 부분을 보여줘 시야를 밝혀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고전을 낳은 작가들 삶의 에피소드도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 책에는 고전에 나오거나 아니면 유명한 작가들의 명언들이 흘러 넘친다. 누구라도 기억하고 싶을만한 문구들로 가득차 있어 형광펜을 들고 표시를 하거나 메모를 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니 읽기전에 반드시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작가와 책에 대해 사전지식 없이 읽었던 책. 나의 취향이 아니었던 책.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였기에 그 신선함은 마치 산림욕 한듯 상쾌한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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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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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어봐야지 하며 생각했었는데 친구집 책장에 얌전히 꽂혀 있는 책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친구와의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책을 빌려 달라는 말을 불쑥 해 버렸다. 참 염치없게 말이다. 본인은 책 빌려주는 것을 겁나게 싫어라 하면서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손에 들어온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책은 5년전에 쓰여졌지만, 지극히 현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모범적인 삶을 살던 40대 의사 영빈의 외도, 중산층에서 시집온 송씨 재벌가 의 맏며느리, 40대 여성 현금의 농담 같은 삶, 시어머니와 딸만 가진 며느리의 갈등, 아들을 얻기 위한 아내의 노력.... 이봐라.  드라마(특히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 드라마)에 한번정도는 소재로 등장했을 법한 것들이다. 그러나 책은 무늬만 재벌가인 그들의 모습을 미화시키지 않았다. 장남의 죽음을 통해서 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역겨울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40대 후반의 위태로운 평화로움도 돋보기로 보듯 분명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단순히 돈에 쩔쩔매는 모습이나 흔히 있을 법한 40대 중반의 권태로움을 보여주려고 했을까. 그것만은 아닐것이다.

죽음. 자신의 죽음이 아닌 타인 즉 가까운 이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자신에 관한 것이지 "가까운 이"의 그것에 대해서는 준비를 하지 못한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누가 내가 사랑하는 부모.형제.자식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단 말인가. 그러기에 막상 그런 상황에 놓여지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죽음을 알리고 준비할 시간을 줄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비밀로 하고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 상식적으로는 전자이다. 영빈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간단하지도 녹록하지도 않다는 듯이 송씨일가의 짓거리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치킨집의 박사장을 통해서 다시 한번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한다. 돈이라는 몹쓸 것은 죽음이라는 성스러움 앞에서도 요염한 자태로 사람들을 현혹 시킨다.

박완서라는 작가가 특별한 것은 드라마처럼 재미를 주면서도 그런 평평함 속에 그냥 스치고 지나 갈 수 없도록 중간중간 못을 박아 둔다는 것이다. 한번은 그 못에 걸려 뒤 돌아 보고 조심스럽게 뒷걸음쳐 그 상처부위를 바라보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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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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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이 마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인양 하는 나의 삐딱한 성격은 책을 선택하는 것에도 여실히 나타난다. 얼마전까지도 베스터셀러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 책은 나에겐 유행처럼 느껴졌고 당연 고개 돌려 외면해야 하는 책이였다. 또한 콕 집어 "성공하세요", "바른 생활하세요" 하는 책들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지라 더 더욱 이 책은 나와는 맞지 않는 책으로 간주되었다.

우연히도 회사 탈의실에 주인을 잃고 널부러져 있는 책을 보고 손 끝으로 깔짝거리다 "흥! 얼마나 대단하기에"하며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읽기를 시작했다.

역시나 이 책은 성공의 비법을 무려 7가지나 알려주고 있다. 성공의 비법을 알려주마! 하는 사람들, 책들이 그러하듯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단지 "당신들이 실천을 못하기 때문이오"라고 말하고 있는 책

여하튼 난 저 7가지를 모두 실천할 능력도 안되지만 (그래서 나는 여전히 보통사람인 것이다.) 두가지정도는 기억하고 마음에 아로새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안네프랑크 편의 "불평이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하나의 행동이다"라는 말은 오랜 직장생활 동안 습관화 되어 버린 불평하는 나에게 1톤정도의 충격을 주는 한문장이었다. 안네처럼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로 선택할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불평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도록 노력해 볼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링컨 편의 용서에 관한 부분이다. 지극히 소심한 성격의 나에게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겠다"라는 것은 16차원적인 생각이 아닐수 없다. 지금것 나에게 화내고 실망하고 했던 나의 태도를 바꿔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지기로 했다. (절대 자신에게만 후하게 살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실망하고 좌설하는 대신 용서하고 용기를 주기로 한 것이다.

뭐 이정도로 건졌으니 인정 할 것은 인정해야겠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있더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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