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근무를 시작하고 나서 흘러가는 시간을 어찌할까 하다 등산을 시작했다.
도봉산 5시간 코스. 산길을 터벅터벅 걷다보면 진정한 무상무념(?) 상태가 되는데 그것이 중독성이 강하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토요일만 갔었는데 요즘은 빨간색 날만 보면 다음날 산에 갈 생각을 한다.
얼마전 눈이 올때도 갔었다. 아무도 없는 산길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황홀경이 따로 없었다.
(알고보니 8시경부터 입산통제가 이루어졌단다. 그래서 산에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저번 주말에도 다녀왔다. 눈이 참 많이도 있었다. 온통 하얀길이었다. 길이 푹신푹신. 걸을 때 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산길을 채웠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젊은 여자가 혼자 산에 온다는 것이 세상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나 보다.
특히 아저씨들이 그러하다.. 나는 혼자 5시간을 등산해도 아니 8~9시간(지리산 등산 때) 산길을 걸어도
심심하지 않았는데 아저씨들은 심심하다며 같이 가자고 하신다. 그리고 끝없이 이야기를 하신다.
산에 대해 말하는 것은 꽤나 훌륭한 축에 속한다. 자신과 그들의 주변에 대해 자랑하듯 얘기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얼마나 평소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으면 처음 본 나에게까지 주절이 주절이
말하는 것일까? 참 불쌍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왜!왜! 나의 신상명세가 그리도 궁금한지.... 그들은 불쾌할 정도로 질문을 한다.
난 그냥 조용히 터벅터벅 걸어가고 싶을뿐인데... 하나도 심심하지 않은데....
내가 이상한 것일까? 다음에 산에 갈 때는 "혼자서도 잘 가요" 내지는 "전 심심하지 않습니다"라는
꼬리표라도 달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