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36번째: 곱창

 

 

 

 

일시; 4월 7일(목)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술을 매일 마시면 사람이 지친다. 못해도 이틀에 한번은 쉬어 줘야 한다. 지난 목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었다. 그런데 나처럼 술의 길로 접어든 사람은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 때문에 천안에 온 친구가 나더러 한잔만 하잔다. 그의 차를 타고 우리 동네까지 왔다. 곱창을 먹자고 했다.


내가 아는 곱창집 중 맛있기로 유명한 ‘황소곱창’에 갔다. 원래 그 집은 길 안쪽에 있었는데, 상암동에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면서 도로를 넓혀야 할 일이 생겼고, 그 바람에 곱창집 앞의 건물이 헐리는 바람에 차도로 나와버린 것. 입지가 더 좋아졌으니 안그래도 사람이 많던 그집은 아예 발디딜 틈이 없어져 버렸다. 식탁마다 꽉 들어찬 손님들, 바쁘게 뛰어다니는 종업원들, 그들을 부르는 손님들의 고함소리,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돈을 잘 벌면 기분이 좋아야 하거늘, 그집 사장(여자다)은 늘 죽상이다. 내가 갔을 때도 종업원들을 야단치고 있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모르겠다. 손님들한테 밝게 웃는 적은 한번도 없고, 계산하려고 카드를 내밀어도 잠시 째려보다 확 낚아챈다. 사람들 대부분이 친절한 맛없는 집보다 불친절한 맛있는 집을 택한다는 걸 지나치게 믿는 것일까. 주인이 그러니 종업원들도 별 차이는 없다. 곱창을 시킬 때면 잽싸게 달려오지만, 물을 더달라거나 참기름을 더달라고 하면 알았다고 해놓고 오지도 않는다. 아니, 종업원을 부르는 것도 무진장 힘들다. “여기요”를 아무리 외쳐도 바쁜 종업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나보다. 그런 걸 감수하면서 묵묵히 곱창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 진리는 창자 속에 있는 것일까.


소주 한병씩을 나누어 마셔 알딸딸한 기분에 난 내가 아는 미녀에게 전화를 했고, 그녀와 2차로 소주를 마셨다. 미녀와 마셔서 좋았긴 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실수한 건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좋은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게 영 속상하다.


* 참고로 나와 술을 마신 친구는 “왜 여기가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일 뿐, 그 집 곱창에 특별한 맛은 없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내게 그 곱창집의 존재를 처음 알려줬던 친구인데, 입맛이 변했나?


** 자석의 N극과 N극은 서로 밀어낸다. 곱창은 많이 먹으면 장에 부담이 되어 설사를 유발한다. 난 그 친구와 염통, 곱창, 그리고 양짓머리를 먹었고, 나중에 그 집의 별미인 볶음밥을 먹었는데, 미녀를 만나러 가기까지 무려 4차례나 설사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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