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초은하단과 행성 > 영원한 가치 자유를 위해 모든 권위에 맞서 싸울 것
아나키즘에 대해 내가 우호적인 견해를 피력할 때면 대개의 경우 놀랍다거나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아나키즘은 현실에선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이상주의나 공상에 불과한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많은 폭력을 수반하는 비정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듯 보인다. 만약 아나키스트들이 꿈꾸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각종 무질서가 횡행해서 오히려 절대권력이 존재하는 세상만 못할 것이라 하기도 한다. 정치학자들은 정부가 없는 사회에 대한 많은 연구와 열망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어떠한 형태건 정부가 없는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친절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나 무질서와 동일어가 아니며 반드시 그러한 세상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부 아나키스트들이 지적한 것처럼 절대 권력의 존재야말로 무질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소수 아나키스트들이 폭력 행위를 했다 해서 이것이 아나키즘 전반의 폭력성과 아나키스들이 일반적으로 폭력을 선호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톨스토이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아나키즘이 무신론을 자동 수반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절대자유주의 정도만이 아나키즘과 등치될 수 있을 것이다.
아나키즘은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사상적 조류와 행동양식을 포괄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분류와 정의가 가능한 정치적 태도이기에 앞서 본질적으로 정신 또는 세계에서 하나의 존재방식’이란 저자의 말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본다. 덧붙여 아나키스트 사전에서 포르가 언급했던 것을 추가하면 충분할 것이다.
<절대자유주의의 신조나 교리는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 (........) 사회조직에서 권위주의를 부정하고 이를 토대로 설립된 제도의 모든 규제를 증오하는, 따라서 권위를 부정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나키스트이다>
아나키즘이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일정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부인하긴 힘들며 많은 아나키스트들의 열정적 활동과 고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궁극적 승리를 거두었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억압을 강제하는 권위가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하고 그로 인해 자유가 침해당하는 상황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영원한 가치를 추구하는 아나키스트들 역시 어떠한 형태로건 계속 존재할 것임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